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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채권단 지원을 받아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건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최종 관문을 통과할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로 구성된 2M 얼라이언스 가입 논의를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논의 개시’라는 표현을 썼지만 3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지난 17일 현대상선 가입 동의 안에 서명했고 세부 절차만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가입 큰틀이 완성된 셈이다.
현대상선이 최종적으로 2M에 가입됨다면 채권단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출자전환 조건으로 내세운 3가지 전제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게 된다. 채권단이 내건 다른 필수 조건인 용선료 협상과 채무 재조정에는 모두 성공한 상태다.
◆2M, 현대상선에 러브콜
내년에 새로 개편되는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던 현대상선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은 2M인 것으로 알려졌다.
2M은 해운시장 점유율 27.7%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맹체다. 미주-유럽 항로에 강점을 갖고 초대형 선박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게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약점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아시아-미주 시장 점유율이다.
2M의 아시아-유럽항로 점유율은 16.7%에 달하지만 아시아-미주 점유율은 8.1%에 불과하다. 현재 아시아-미주 항로는 G6(16.5%)와 CKYH(13.4%) 얼라이언스가 꽉 잡고 있다.
2M이 현대상선(아시아-미주항로 4%)을 끼워넣으면 아시아-미주에서도 이들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갖추게 된다. 2M이 현대상선에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파나마 운하 확장으로 미주항로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현대상선 몸값을 높이는데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확장된 운하를 통해 미주 동서안을 관통하는 대형선박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데 현대상선이 출자전환을 마쳐 회생에 성공하면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대형 선박펀드를 통해 발주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MSC가 지난해 부산항 환적물량의 23.1%(234만 TEU)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 국적 선사를 활용했을 때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배경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M과 현대상선 양측이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등 얼라이언스 파트너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고 말했다.
◆적에서 친구로..얄궂은 인연
현대상선과 2M은 적에서 친구로 다시 만나게 됐다.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직접적인 원인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해운업계 불황인데 그 배경이 바로 머스크와 MSC가 주도한 ‘치킨게임’이다.
초대형 선박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낮은 운임료로 공격에 나서며 글로벌 선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현대상선은 법정관리 위기까지 몰렸지만, 2M 가입이 성사되면 역설적으로 구세주 역시 2M이 된다.
채무 재조정과 채권단 출자전환, 용선료 조정 등을 통해 회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대상선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뀐게 큰 동인이 됐다.
현대상선의 2M 가입 작업은 늦어도 7월 초 마무리될 전망된다. 7월 중순 채권단 출자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전에 가입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3개월간 머스크, MSC와 노선배분, 시스템 정비 등을 마친 후 10월께 미국과 중국 등 각국 규제당국에 운항 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해운동맹 체제는 내년 4월 공식 출범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2M에 가입할 경우 2M이 보유한 초대형 선박을 활용한 원가 절감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 신인도 상승으로 인한 영업력 강화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M 역시 아시아 지역에 거점을 둔 현대상선과 협력해 해당 지역에서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고 현대상선의 미주 노선을 활용해 미주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 미온적이었던 한진 운명은
당초 현대상선이 가입을 타진하다 난항을 겪었던 제3의 해운동맹인 THE 얼라이언스는 상황이 복잡해졌다.
THE 얼라이언스에는 한진해운을 비롯해 하팍로이드, NYK, MOL, 양밍, K-라인 등 총 6개 해운사가 있다. 현대상선 가입은 이들 선사 전원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데 종전까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초 하팍로이드 등은 한진해운 생사결정을 확인한후 현대상선 가입을 결정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2M 쪽으로 기울었고, THE 소속 선사 중 규모가 큰 한진해운은 생존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3대 얼라이언스 가운데 경쟁력은 더 약화될 공산이 크다.
현대상선은 이달 초 THE 얼라이언스에 가입 요청서를 보냈지만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답을 받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진해운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THE 얼라이언스 가입을 지원하라며 지속적으로 한진해운을 압박했지만 ‘다른 선사들이 동의하면 가입에 동의하겠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채권단과 갈등이 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채권단 지원이 필요한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실점한 셈”이라며 “6개 선사간 ‘눈치보기’ 작전이 도를 더
이에 한진 관계자는 “부산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대 국적사가 필요하다”며 “현대상선이 다른 얼라이언스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파트너를 이끌어 온다면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윤진호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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