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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영업종료를 앞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23일 오후 들어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의 들뜬 표정과는 다르게 착찹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대다수의 직원들은 인터뷰를 거부했고 코멘트조차 꺼리는 모습이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7층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벽에 대고라도 하소연하고 싶지만 직원들끼리도 눈치가 보인다. 같은 곳에서 근무하지만 롯데 정규직 직원, 롯데 계약직 직원, 브랜드(협력사) 직원마다 처한 상황이 있으니 말을 꺼내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젊은 직원들은 대부분 점포 이동 결정이 났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연봉이 높은 매니저들은 아직도 발령 결정 없이 대기상황이다. 매일 아침 안부를 물으면서 시작하는 게 서로를 위하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는 150여명의 롯데 정직원을 포함해 청소와 보안을 담당하는 150여명의 계약직 용역 직원이 근무한다. 정직원은 3개월 유급휴가를 포함해 타 지점으로 배치됐고 용역 직원은 월드타워점 유지에 필요한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타 점포나 계열사로 이동했다.
월드타워점에 입점한 협력사의 판촉 직원은 1000여명이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협력사 판촉 직원 중 90% 가량은 롯데면세점 다른 점포나 타 신규 면세점으로 갔다. 수치로 보면 큰 무리없이 영업이 마무리돼 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남은 10%의 직원 대다수가 매니저급의 40~50대 고급인력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롯데면세점 잠실점 때부터 20년 가까이 면세 영업을 담당한 베태랑들이기도 하다.
4개 국어에 능통한 50대 모 브랜드 매니저 A씨의 경우 아직 회사에서 점포 이동을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일반 직원보다 2배 가까운 월급을 받는 고급인력이다. 그는 26일까지 회사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6개월 무급 휴가를 받거나 퇴사한 뒤 8개월동안 최대 140만원의 실업급여 수당을 받는다. 일단 무급 휴가를 받은 뒤 아르바이트라도 알아보려 했지만 고용 조건상 허락되지 않았다.
A씨는 “국내 면세산업을 키워온 산 증인으로 자부심이 있었다. 일어를 전공했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중국한어수평고시(HSK) 5급을 추가로 딸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다”며 “그런데 지난해 결정으로 아무런 대책없이 하루아침에 백수가 됐다. 칼을 맞은 기분이다. 아이 둘을 외벌이로 키우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라고 말했다.
A씨는 그나마 회사가 무급 휴가를 허용해준 경우다. 40대의 또다른 브랜드 매니저 B씨의 경우 영업 정지가 3일 남은 시점에서도 회사가 그 어떤 통보나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B씨는 “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타 점포로 보낸다고 해도 매니저는 그 점포의 매출을 사실상 책임지는 만큼 그 점포 매니저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은미 롯데면세점 매니저는 “외부에서 보기엔 정부 정책에 따른 당연한 수순일 수 있지만 여기서는 먹고사는 생업이 걸린 일”이라며 “롯데면세점이 나서서 점포간 이동을 주선하고 있지만 20년 가까이 매장에서 보석을 팔던 직원이 팝업스토어에서 초콜릿을 판매하긴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연말 면세사업권을 노리면서 마지막까지 판매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공식 영업종료일은 30일이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품 판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이미 담배 등 일부 점포는 판매를 종료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중국인 단체 관광객 4000여명이 이곳을 찾고 있고, 재고 소진 탓에 최대 60%의 할인판매를 실시하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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