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입법예고대로 현실에 적용될 경우 음식업종의 경제적 손실만 8조원이 넘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이는 매출 감소만 추산한 것이기 때문에 고용 위축 등을 감안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발표한 ‘청탁금지법의 경제효과와 시사점’에서 지난해 접대성 경비규모와 김영란법 적용대상인 공무원 등의 비중을 감안해 업종별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산출했다. 우선 접대성 거래의 대부분이 법인카드로 결제되는 점을 감안해 여신금융연구소의 ‘2015년 카드승인실적 분석’에 따라 법인카드 사용액을 연간 약 137조 8200억원으로 집계했다. 이와함께 한국은행의 조사에서 현금성 거래가 카드거래의 약 77.12%를 차지한 것을 근거로 법인의 현금성 지출이 약 10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법인카드가 음식점 등에서 결제되는 금액 비중에 근거해 따져보면 지난해 법인지출 중 음식점에서 27조 7900억원, 주점 등 유흥업소에서 약 2조 5300억원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방식으로 백화점 및 할인점 등에서 선물 구매에 사용된 돈은 10조 9800억원, 골프장 결재액은 약 2조 3600억원으로 조사됐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인 공무원과 공공기관·언론사·사립학교 종사자가 통상 접대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관리자 및 사무종사자 간부급 인원인 855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6% 수준이다. 음식점·골프장에서 양측이 비슷한 인원으로 만나는 것 등을 감안해 법인지출 가운데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사용되는 금액을 추정한 결과 음식업계에 약 13조 8000억원, 선물업계 2조 3700억원, 골프업계 1조 1000억원이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아울러 통계청과 외식업중앙회 등의 자료에 근거해 구간별 매출액 비중을 추계한 후 이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의 상한액에 따른 피해금액을 산정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있어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음식업종의 경우 5만원 미만 구간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이 전체의 65.9%를 차지해 상한액을 높이는데 따른 손실액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상한액 3만원에서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은 8조 5000억원이지만 5만원으로 올릴 경우 4조 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기존대비 44.7%나 감소한 것이다. 7만원으로 올릴경우 1조 5000억원으로, 10만원에서는 6600억원으로 처벌대상 상향 조정에 따라 손실규모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선물업계의 경우 음식업종보다 평균지출액이 높아 7만원 상향 조정에 따른 손실이 약 1조 4000억원으로 기존(5만원)보다 약 30%정도 축소됐다. 하지만 골프업계의 경우 1회 지출액이 약 30만원인 점을 고려할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한(3~10만원)에 관계없이 1조 1000억원 전액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병기 한경연 미래성장동력실장은 “통계청이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취득 가능한 공개데이터를 사용해 직접적 손실만 추정했다”며 “피해업종의 매출액 감소에 따른 고용위축 및 법인지출 외 접대성 소비는 계산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 손실규모는 더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권익위가 식사비 상한액 3만원 등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 한 뒤 정치권과 경제계 등에서는 경제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아왔
권익위는 오는 22일까지 각계 의견 수렴을 마친뒤 국무조정실 심사 등을 거쳐 오는 8월께 법 시행전 시행령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정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