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의 직원들이 검찰 안팎에서 쉴새없이 쏟아지는 각종 혐의와 의혹들로 인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대적인 검찰수사로 계열사별 현안들이 올스톱돼 생존권 위협을 느끼거나, 추락한 그룹 이미지 앞에 무기력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전 임직원을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사회적 시선이 억울하면서도, 이번 검찰 수사로 회사의 누가 구속될지 또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10일과 14일 검찰의 1,2차 압수수색 후 불안감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압수수색인데다 마치 모든 직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듯한 사회적 시선에 좌절감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계열사 한 부장은 “갑자기 들이닥친 검찰들이 전직원을 회의실 한구석으로 몰아놓고 컴퓨터와 책상 서랍 등을 뒤지는데 눈앞이 깜깜했다”며 “개인 휴대폰까지 들고가버리니 겁이 덜컥 났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계열사 직원은 “요즘 같아선 롯데 관련 기사 댓글을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하나같이 욕설에, 비난들로 가득차 보고 나면 일이 더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유통 계열사 직원들은 롯데를 재벌기업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는 여론 탓에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많이 떨어진 상황.
롯데 유통 계열사 한 과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부터 이번 검찰 수사까지 많은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릴까봐 걱정이 된다”며 “하지만 일개 직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무기력한 게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이달말 폐점이 예정돼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아예 싹 사라졌다. 비록 폐점을 앞뒀지만 올 연말 발표될 서울 시내 신규 특허 4개 중 하나는 따논 당상이라고 여기며 견뎌왔던 직원들이었다. 하지만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면세점 재승인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당장 생존권을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한다.
롯데면세점 한 관계자는 “재승인은 지금 우리들에게는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면서 “하지만 검찰 수사로 모든게 불확실해져 도대체 어떤 준비를 하고 기다리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승인에 대한 희망을 정말 버려야하는 것이냐”고 기자에게 반문하며 “재승인을 받지 못하면 이후 직원들 구조조정은 불보듯 뻔한 일인데 어떡하면 좋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 이번 검찰수사로 인해 롯데면세점 직원들 사이 직장에 대한 불안감은 한층 더 커졌다.
실제로 롯데카드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 와중에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처음 발표해 롯데카드 뿐 아니라 여러 계열사 직원들 사이 불안감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는 무관하다고는 하지만 타이밍상 안 그래도 불안한 직원들 사이 불안감을 더 키운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룹 내부 직원들만 불안한 게 아니다. 상반기 그룹 공채로 뽑은 800여명의 직원들에 대한 연수가 이달말부터 다음달까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롯데의 예비 직원들 사이에선 회의감을 털어놓는 글들이 각종 채용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롯데그룹 연수를 준비 중이라는 한 대학 졸업생은 “합격했으니 다니기는 해야겠지만 갑자기 회의감이 밀려온다”며 “들어가서 일이나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한창 진행 중인 하계 인턴십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구직자들 사이에선 연일 보도되는 롯데의 부정적인 소식에 행여 채용 규모가 당초보다 줄어들지는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롯데맨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줄 그룹의 총수는 현재 부재한 상태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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