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을 정점으로 ‘원(one)롯데·원(one)리더’ 시대 개막을 알렸던 롯데그룹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검찰 수사로 창사이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그룹의 성장엔진으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을 비롯해 면세점 특허 재승인건을 두고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그 동안 롯데그룹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 불발과 롯데마트의 가습기살균제 사태, 롯데홈쇼핑 프라임타임 방송 송출 금지 처분 등 잇단 악재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호텔롯데 상장과 면세점 특허 재승인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 의지만큼은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일 신영자 이사장의 면세점 로비 의혹을 두고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데 이어 10일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이 또 이뤄지면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당장 검찰 수사로 호텔롯데의 상장이 불투명해졌다. 호텔롯데는 내달 28일까지 상장을 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미 공모가 범위를 주당 8만5000원~11만원으로 하향조정한 상황. 공모가를 더 내린다고 해도 검찰 수사로 공모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연말쯤 특허 재승인이 기정사실화됐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앞날 역시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지난 4월 관세청이 서울 시내에 면세점 신규 특허 4개를 추가하기로 결정하면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영업 재개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신영자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 로비의혹과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특허권 재확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연 매출 6000억 원 규모의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말 특허권을 따지 못해 오는 30일 폐점이 예정돼 있다.
이 밖에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이 이뤄진 날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 인수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액시올 인수를 통해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지 불과 사흘만의 일이다.
앞서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라는 빅딜을 성사시킨 신 회장은 화학을 유통·서비스와 함께 그룹의 3대 축으로 키울 계획이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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