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현대상선 용선료 조정 협상 성공으로 한진해운은 더 강경해진 채권단과 맞닥뜨릴 공산이 크다. 채권단이 현대상선을 대주주 사재출연·대규모 자산 매각 등 요구 사안을 충실히 이행해 회생 가능성을 키운 ‘모범 교과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한진해운 생존 관건은 용선료 협상과 채무 재조정이다. 이 두가지 부문에서 모두 현대상선 케이스와 비교 당하며 한진그룹 지원 압박이 높아지는 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을 1조 2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을 통해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했다”며 “한진해운도 부족한 유동성 문제는 자체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과 채무 조정 구조가 현대상선에 비해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그리스 대형선사 위주로 배를 빌린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 선주(23곳)들은 캐나다·독일·싱가포르 등 다국적 중소사들이 많다.
그만큼 협상 동선과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이 용선료 협상이 본격화하기 전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선주들과 협상은 아직 가시적인 진전이 없다. 17일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를 연기하는 사채권자 집회까지 용선료 성과를 내놔야 투자자 설득에 힘이 실리지만 최근 용선료 체납 사태로 오히려 속도가 더뎌졌다.
한진해운은 용선료와 마찬가지로 채권자 구조도 복잡하다. 차입금(5조 6000억원) 중 은행 대출은 12.5%에 그친다. 전체 차입금(4조 8000억원) 가운데 은행대출이 23%에 달하는 현대상선조차 회사채 투자자 등과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23개 전체 선주들과 2차 조정 협의에 들어갔다”며 “협의를 통해 용선료 조정과 지불 지연 문제를 풀어가야한다는데 대한 인식을 공유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한진해운 비상금 주머니에는 1575억원이 들어있다. 지난달 이후 영국 런던사옥, 알짜 벌크선 부문(H라인 해운) 주식, 해외 상표권 등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한 돈이다.
한진해운은 미국·일본 해외 터미널 등을 팔아 2537억원을 더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내건 조건부 자율협약 시한인 7월말까지 제대로 돈이 들어올지 미지수다.
자산 매각 핵심인 해외 터미널은 아직 뚜렷한 유동화 계획이 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 관계자는 “해외 터미널 등 자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 받을지 혹은 완전 매각할지 등에 대한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달 이후 용선 연체료만 매달 1000억원씩 쌓일 것으로 예상돼 총 4100억원 어치 자산이 원활히 매각돼도 세달여를 버티는데 그칠 전망이다. 이에 한진 관계자는 “종전 계획 이외에 추가 자산 매각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안은 한진해운 지분 33.2%를 보유한 대주주 대한항공의 지원이다. 채권단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운영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을 박은 상황이라 믿을 곳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도 밖에 없는 상태다. 채권단도 더이상 지원은 없다면서 유동성 문제를 그룹과 대주주가 해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 대한항공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867%에 달하는 등 지원 여력이 바닥났다. 자신의 코가 석자인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지원하다가 같이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에 쉽게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회장도 개인적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 추가 지원 방안에 대해 “2013년 망가져가는 한진해운을 인수해 1조원 가량 지원에 나섰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상황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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