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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리는 결혼 후 지난해 5~12월 육아휴직을 내고 6개월만에 복직했다. 복귀하자마자 옐로우 카페 업무가 떨어졌다. 3개월 뒤 현대아웃렛 동대문점에 문을 연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 상황이었다. 빙그레의 첫 카페형 플래그십 스토어인데다 아웃렛 내 수많은 프랜차이즈 카페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이 대리는 부담이 컸다. 업무 파악이란 단어는 사치라고 느낄 정도로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이 대리는 “아이가 생기고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용기를 얻었다는 것”이라며 “사실 못할 게 없어졌다. 시간도 더 효율적으로 쓰게 됐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법도 적극 찾게 되면서 겁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면서 웃어보였다.
평소 가족과 함께 SNS 인기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이 대리는 그동안 맛집을 돌아다니며 익힌 ‘눈썰미’를 고스란히 옐로우 카페에 담았다. 카페는 일상에서 쉽게 찾는 공간인 만큼 다른 매장이 아닌 옐로우 카페를 찾아오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젊은층을 위해 바나나맛 우유 150배 크기의 조형물을 만들고 매장 곳곳에 바나나맛 우유를 형상화한 제품을 배치했다. ‘셀카(직접 찍는 사진)’가 잘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형물 앞에서 수백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조명을 조절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매장이 한 곳이기 때문에 특수 제작 발주를 넣기 어려워, 바나나맛 우유에 어울리는 기성품 빨대를 찾아 협력사 수십군데를 쫓아다녔다.
그는 “단순히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다고 해서 바로 엄마가 되진 않는 것처럼 시행착오를 겪는 만큼 성공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직접 부딪치고 경험하려 했다”며 “‘어떻게 해야 눈길을 줄까’라는 점에서 육아와 카페 오픈은 유사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옐로우 카페는 지난 3월 11일 문을 연 이후 지속적으로 방문객이 늘면서 월평균 1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66㎡ 남짓한 매장 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다. 현대시티아웃렛 동대문점에 입점한 카페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면서 현대백화점과 함께 2호점 오픈도 계획하고 있다. 카페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 바나나맛 우유를 녹인다는 그의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은 셈이다.
‘ㅏㅏㅏ맛 우유’가 인쇄된 용기에 글자를 직접 채워넣는 ‘채워 바나나 이벤트’도 일상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옐로우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나나맛 우유의 주요 타깃층인 2030세대가 바나나맛 우유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패키지에 자음을 빼는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 마치 아이들이 자음과 모음을 맞추며 노는 것처럼 2030세대들은 SNS 상에서 ‘반해라맛 우유’, ‘샤샤샤맛 우유’ 같은 예시를 내놓으며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었다. 기발한 인증샷을 뽑는 이벤트에는 열흘 만에 2000명 넘게 몰렸다.
이 대리는 “바나나맛 우유의 일평균 판매량은 80만개 정도”라며 “패키지를 통해 새로운 마케팅을 할 경우 하루 80만명에게 노출되고, SNS를 탈 경우 더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SNS 놀이문화가 접목된 패키지 변경을 가장 먼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바나나맛 이후는 1974년 출시 이후 로고체 변경 외에는 그동안 패키지에 변화를 준 적이 없다. 특히 제품명에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긍정적인 내부 평가가 많았다. 그는 “올해부터 마케팅 부서를 대상으로 한 빙그레 마케팅 대학이 열렸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론을 재정립하다보니 경영진 앞에서 기획의도를 설명하기도 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잇따른 마케팅 성공 요인으로 회사와 가정의 시너지를 꼽는다. 회사가 마케팅 대학 같은 자기개발에 도움을 줬다면 사내 커플이기도 한 남편은 집안 ‘실무’를 도맡으며 힘이 됐다.
그는 “육아가 힘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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