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는 한달에 2만7000원 정도만 부담하면 동네병원에서 전화 상담 등을 통한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이라고 경계하는 가운데 정부는 19대 국회에서 좌절된, 의사 환자 간 원격의료 시행을 담은 의료법 개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전화상담 등 비대면 관리를 골자로 한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지난 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복지부는 “만성질환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의사가 환자의 건강상태를 평가해 관리계획을 수립, 주기적으로 관찰해 필요한 경우 상담을 실시하는 방식이라며, 사업기간은 1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동네병원에서는 만성질환자의 혈압·혈당 등 정보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관리하고 전화 등을 통해 상담을 하게 된다. 이처럼 의사와 환자가 떨어져서 관리하고 상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해 준다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복지부는 통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환자당 월평균 2만7000원 정도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의사협회는 “환자와 의사가 얼굴을 보지 않고 하는 진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것이 바로 원격의료의 핵심 사항”이라며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사전 조치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는 진료가 아니라 관리로 원격의료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의지는 강하다. 복지부는 7일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조항(제34조제1항) 등이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의사와 의료인 간 원격의료만 가능했던 것과 달리 의사와 환자 간으로 확대해 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찰,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의료 대상도 명확히 했다. 대상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군 장병 및 교정시설 수용자 등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의료취약계층이다. 또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 대해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의 상시적·효과적 관리를 시행할 수 있다.
원격의료로 인한 의료인의 면책도 마련됐다.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환자가 갖춘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명백한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의사의 책임을 면책하기로 했다. 또 원격의료만 하는 의료기관의 운영을 금지해 주기적으로 대면 진료를 의무화하는 조항(제34조제5항)도 마련됐다. 환자 안전을 확보하고 원격의료에만 의존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에서 전체 응답자 중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해 만족을 표시한 응답자가 전체 76% 이상이었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의료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 원격의
◆ 허용하는 의료행위: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지속적 관찰, 상담·교육, 진단·처방
◆ 의료인 면책: 환자의 지시 불이행이나 환자측 장비 결함으로 발생한 과실은 면책
[김기철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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