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본고장’인 유럽과 ‘최대 쇼핑지’ 미국이 명품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반면 명품소비 큰손인 중국인관광객(유커)들이 몰리면서 일본과 한국이 명품 소비의 강국으로 떠올랐다. 명품 가방 사러 유럽과 미국 여행을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두 지역은 수 년 동안 전 세계인들이 명품을 구매하러 몰려드는 곳이었지만 유럽산 명품을 한국과 일본에서 사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체 명품 소비자의 31%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더 이상 미국과 유럽에서 쇼핑을 하지 않는 것이 이와 같은 현상의 주된 이유다.
5일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가 발간한 ‘세계 럭셔리시장 모니터(Worldwide Luxury Market Monitor)’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명품시장 규모는 2530억유로(약 336조원)로 2014년에 비해 1% 정도 성장하는데 그쳤다. 2014년 유로화가치가 급락한 후 2015년에 회복세를 보이면서 외견상으론 2014년의 2240억 유로(약 297조)에 비해 13%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환율에 의한 착시효과다. 베인앤컴퍼니는 고정환율로 가정했을때 전세계 명품시장은 1%대 성장에 머무르는 ‘저성장 국면’으로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명품시장의 축소 이면에는 유럽과 미국의 부진이 있다. 유럽은 명품 브랜드의 대부분이 있는 곳임에도 불구, 작년 한해 3% 성장하는데 그쳤다. 베인앤컴퍼니는 유럽을 찾는 관광객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 명품 시장 위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파리와 벨기에 등 연달아 발생한 테러도 관광산업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하러 떠나는 ‘쇼핑 성지’ 미국도 힘을 잃는 분위기다.미국의 2015년도 명품시장 성장율은 0%로 간신히 마이너스만 면했다.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연말연시 및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최대 쇼핑시즌에 소비자가 몰리지 않으면서 명품소비에서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훨훨 날았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자국민들의 명품 소비까지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질성장율 7%대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고, 지진 등 자연재해까지 겹쳐 2016년 전망은 좋지 않은 편이다. 또한 외부요인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할 경우 일본 명품 시장 성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베인앤컴퍼니는 지적했다.
베인앤컴퍼니가 명품시장의 ‘신흥파워’로 꼽은 곳은 한국이다. 베인앤컴퍼니는 “중국 관광객들은 지속적으로 한국에서 명품 소비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 명품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경우 주요 명품소비처로 떠오르고 있는 공항 및 시내면세점, 아웃렛 등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만큼 전망도 밝은 편이다.
2020년이 되면 이와 같은 글로벌 명품 소비 지형도 변화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유럽은 글로벌 명품 소비의 33%를 차지하며 미국(33%)과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는데, 2020년에는 이 같은 비율이 감소할 것으로 베인앤컴퍼니는 분석했다. 반면 지난해 7%를 차지했던 중국과 그 외 아시아의 비율이 소폭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베인앤컴퍼니는 향후 명품 시장을 다소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2020년까지 명품 시장 규모가 연 2~3% 성장 수준을 유지하면 다행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명품 소비의 핵심인 중국 중산층의 움직임에 따라 2020년 명품시장 규모는 2800억~2950억 유로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현재 31%인 중국인 소비자 비중은 2020년 34%까지 올라가면서 유럽과 미국을 가볍게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까지 두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하던 명품
[박인혜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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