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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모처럼 맑은 서울 하늘 |
전 국민의 혼란만 불러왔던 경유값 인상 카드가 결국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서 빠지게 될 전망이다. 대신 정부는 경유 버스와 건설장비, 노후 화력발전소 등 미세먼지를 많이 내뿜는 원인들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은 정부에 경유값 인상과 고등어·삼겹살 직화구이 규제처럼 서민 부담이 늘거나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당정협의는 정부가 여당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면서 “정부 미세먼지 대책에는 이같은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를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모두 경유값 인상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한 만큼 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올리거나 경유에 새롭게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은 일ㄷㄴ 정부 미세먼지 대책에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18년에 교통에너지환경세 일몰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번 대책에 유류세 개편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에너지 세제개편을 한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유차가 여전히 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요인인 만큼 미시적인 대책은 준비되고 있다. 정부는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장착·조기 폐차 지원 확대 방안 ▲경유차 소유주가 내는 환경개선부담금을 그동안 내지 않았던 유로5·6 경유차에도 부과하는 방안 ▲일부 경유차에 적용했던 혼잡통행료 50% 감면 및 수도권 공영주차장 반값 할인 등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다. 또 자동차업계가 10년 이상 노후차량을 폐차하고 신차를 살 때 세금을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방안을 건의해 미세먼지 대책에 넣을 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이 이날 당정협의에서 대중교통시설을 친환경 차량으로 바꿔줄 것을 주문한 만큼 국토교통부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가운데 1만 1000여대에 달하는 경유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버스로 전환하기 위해 연료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경유버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CNG버스 도입 촉진을 위해 1대당 최대 1억 4000만원에 달하는 구매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신 별도의 연료보조금 제도는 없다. 국토부는 현재 CNG버스에 부과되고 있는 ㎥당 84.23원의 유류세 부담분을 연료보조금 형태로 환급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유차 유가보조금과 같은 구조다. 다만 1회 충전으로 최대 300㎞를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상의 한계로 인해 CNG버스를 시외·고속버스까지 당장 확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말 기준 전국에 197개 뿐인 CNG 충전소를 늘릴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일반 차량에 비해 대수는 적지만 대형 디젤엔진을 장착한 건설기계에 대한 대책 마련도 이날 당정협의에서 도마에 올랐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게차,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등록대수는 지난 3월말 기준 45만 482대에 이른다. 지역별로 경기도와 서울에 13만대가 등록돼 있어 수도권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의 주배출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미세먼지의 31%, 초미세먼지 32%, 질소산화물의 17%가 건설기계 때문이다. 이미 2014년부터 덤프트럭 등에 대해선 ‘유로6’ 기준이, 지난해 10월부터는 굴삭기·지게차 등에 대해 미국 환경보건청(EPA)의 배출가스 규제 중 가장 엄격한 ‘티어-4’ 기준이 적용되고 있지만 이전에 판매된 기계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기계의 경우 고출력 디젤엔진을 대체할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도 출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건설업자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주로 중·소형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노후 건설기계 관리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고 오염물질 처리시설을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오는 2023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들 석탄화력발전소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바꿔 건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건설한지 30년이상 된 노후발전소를 대상으로 발전소 설비를 교체해 성능을 개선하는 리트로피팅(retrofitting)을 실시하고 40년이상 된 발전소는 완전 페쇄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현재 전국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53기다. 이 중 30년 이상 돼 노후화된 발전소는 삼천포 1·2호기(경남 고성), 영동 1·2호기(강원 강릉), 보령 1·2호기(충남), 서천 1·2호기(충남), 호남화력 1·2호기(전남 여수), 여수 2호기(전남) 등 11기다. 이 중 호남 1·2호기와 영동 1호기는 건설된 지 40년이 지난 상태다. 아울러 가동중인 석탄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저감장치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이 초미세먼지로 바뀌는 것을 막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환경부는 도로와 공사장에서 흩뿌려지는 비산먼지와 유해물질을 내뿜는 무단 노상소각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미세먼지 예보능력 강화를 위해 측정소 숫자를 늘리고, 미세먼지 성분 분석을 통해 배출원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다.
당정 협의에서는 중국과의 협력 강화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현재 중국 35개 도시 오염 현황을 실시간 공유하고 있는데 자료 공유 도시를 늘리고
[조시영 기자 / 서동철 기자 /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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