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시 원샷법 가이드라인에 재계 “부족한 부분 많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통해 구조조정 등 신속한 사업 재편에 나서려는 기업들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최근 3년 매출액 영업이익률’, 보조지표 5개 기준 중 2개 이상 충족‘, ’수급 문제 해소 전망 ‘ 등의 3가지 요건을 따져 모두 만족할 경우 공급과잉업종으로 지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이같은 내용을 포항한 원샷법 ’사업재편계획 실시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산업부는 앞으로 두달 반동안 각종 설명회와 세미나 개최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 오는 8월 13일 법 시행 직후 첫 번째 사업재편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지난 2월 4일 국회를 통과한 원샷법은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재편을 돕는 법으로,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고 세제·자금 등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부실기업이 아닌 정상기업이 선제적·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이다.
공개된 초안의 핵심은 원샷법에 규정된 공급과잉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공급과잉은 공급증가, 수요감소 등으로 기업 경영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를 뜻한다. 부실화가 우려돼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해진 기업을 솎아내는 기준인 셈이다.
공급과잉 업종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3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우선 매출액 영업이익률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업종의 최근 3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평균보다 15% 이상 감소해야 한다.
가동률, 재고율, 서비스생산지수, 가격·비용변화율, 업종별 지표 등 보조지표 5가지중 2개이상이 기준보다 더 악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분간 해당 업종의 수요 회복이 예상되지 않거나 수급상의 괴리가 해소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돼야 과잉공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기업이 원샷법을 통해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을 추진하고자 하는 경우 이 같은 사업기준을 감안해 사업재편계획서를 마련해 주무무처에 제출하게 된다. 이우 사업재편 심의위원회가 승인여부를 결정하다. 위원회는 산업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의 고위공무원, 국회 추천 전문가, 민간 전문가 12명 등 20명으로 구성되며, 이관섭 산업부 1차관과 추후 임명 예정인 민간전문가가 공동위원장을 맡게 된다.
지침에는 원샷법 신청 기업이 생산성과 재무건전성 향상 목표를 스스로 설정해 사업재편계획에 반영하도록 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총자산수익률, 유형자산회전율, 부가가치율 등의 개선 기준을 설정했다. 총자산수익률과 유형자산회전율은 기준연도보다 각각 2%포인트, 5% 이상 개선돼야 한다. 부가가치율의 개선 기준은 7%로 설정됐다. 세가지중 한가지만 충족하면 생산성 향상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인정된다.
재무건전성 향상목표의 경우 두 가지 기준 모두 충족해야 한다. 사업재편을 시작한 해보다 이자보상비율이 10% 이상 개선돼고, 사업재편이 종료한 해에는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커야한다.
허정수 기업정책팀장은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공표를 통해 기업들이 압박을 느끼게 하고 시정요청을 할 것”이라며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재편을 취소할 수도 있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구체적인 공급과잉 품목이나 업종은 공개되지 않았다. 원동진 산업부 산업정책관은 “정부가 특정업종이 공급과잉이라고 밝히면 WTO 통상 이슈를 비롯해 시장에서 논란이 일 수 있다”며 ”대부분 업계 내부에서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침 마련에 앞서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5년(일본 기준) 평균 대비 15% 이상 감소한 경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전체 194개 제조업 품목 중 55개(28.4%)가 과잉공급 품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개된 지침에 대해 재계에서는 “구체 산업 및 기업별로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원샷법’ 취지에 비춰볼 때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기업들은 정부가 공급과잉의 기준으로 제시한 조건 중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최근 3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10년) 평균보다 15% 감소한 상태’라는 조건 등은 1년 안에도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현실이 제대로 반영이 안됐다는 얘기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공급과잉의 조건으로 제시된 ‘현저히’, ‘당분간’ 등 애매한 표현 등은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향후 업황 악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욱 기자 / 서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