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세먼지 대책이 한국과 대조를 이루는 측면은 ‘급진성’과 ‘정교함’이다.
도쿄도가 2000년 초 1년여의 검토기간, 3년여의 유예기간을 두고 각종 대책을 시행한 데 반해 한국정부는 한달사이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에너지 가격비율과 전력발전계획까지를 한꺼번에 건드리는 ‘범국가대책’을 한달만에 뚝딱 내놓으려고 하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국민부담과 직결되는 경유값 인상, 휘발유값 인하 같은 극단적 정책들이 거론되고 있다. 자칫 또다른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도쿄에서 한 친환경자동차 보급, 저감장치 설치, 조기폐차 지원 등의 사업은 이미 한국정부에서도 모두 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LEZ 제도 등 지자체장이 몇년째 말만 하고 시행하지 않고 제도들울 똑바로 시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하는데 에너지가격으로 논의가 퍼지는 것은 서민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커 신중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추가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2000년대 중반부터 실제 도쿄도와 비슷한 정책들을 시행했다. 2003년 말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2005년부터 ‘제1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2014년까지 10년간 4조원이 투자된 것. 수도권 시내버스를 천연가스버스로 교체하고 노후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설치, 조기폐차 지원 등도 판박이다. 2015년부터 10년간 계획을 수립한 2차 계획에는 수소,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보급계획도 상세히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에서 경유차 문제가 불거진 것은 경유가격이 낮아서라기보다는 ‘지구온난화냐 미세먼지냐’를 놓고 오락가락했던 정부정책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정부 시절 ‘저탄소 녹색성장’의 대표 주자로 꼽히면서 2009년 클린디젤차가 친환경차 범주에 포함된 데 이어 2010년 하반기부터 유로5 이상 기준을 만족하는 경유차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받는 등 정부 지원이 더해졌고 판매량이 날개돋힌 듯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유차 판매량이 급증해도 환경개선부담금 부과액이 전혀 늘지 못하고 몇년째 5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2010년 650만대에 불과했던 경유차가 지난해말 862만대로 5년사이 212만대 증가하는 등 경유차 판매 증가량이 완전히 정부 통제를 벗어났다. 지난해에는 신규 승용차 중 디젤차수가 68만4383대로 휘발유차(68만1462대)를 추월했을 정도다.
오락가락 정책으로 경유차의 절대량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져버린 것이 한국 정부가 ‘경유가격 인상’을 들고나온 배경인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도시 내 노후경유차의 출입을 막는 경유차 운행제한지역(LEZ, Low Emission Zone)등 기존에 논의가 됐던 내용들을 대폭 보강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경유가격 인상 등 민감한 이슈는 대통령 귀국 기한을 반드시 지키려고 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LEZ 제도의 운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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