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한국산 내부식성 철강에 대해 평균 28.3%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상무부에 국내 업계의 우려와 정부 입장을 담은 서한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업부는 미 상무부가 관세율을 산정한 과정을 정밀 분석해 부당한 부분이 발견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들과 대책회의를 가진 후 외교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정부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가 이대로 확정되면 대미(對美)수출이 어려워진다”며 “주 장관 명의로 미 상무부에 관세 결정으로 인한 국내 업계 우려와 정부 입장을 담은 서한을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덤핑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충분히 조사해보고, 부당한 부분이 있고 이길 수 있는 확신이 든다면 WTO로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철강 제품 관세 결정이 줄을 잇고 있고 우리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내부식성 철강 관세는 중국산이 타깃이지만 다음에는 한국”이라며 추가 반덤핑 관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현대제철이 제출한 자료는 입증이 불완전한 자료라며 이를 참고하지 않은 채 우리 측에 불리하게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상무부는 AFA(Adverse Facts Available) 판정 기법을 적용, 미국 최대 철강업체 US스틸의 자료를 참조해 반덤핑관세를 매겼다. AFA 기법은 피조사자가 합리적인 기간 내에 필요한 정보의 접근 거부, 미제공, 조사방해 시 입수가능한 사실 중 불리한 사실에 근거해 판정하는 무역 기법이다.
당초 이번 내부식성 철강 관세는 미국이 중국을 정조준한 측면이 크다. 상무부는 대미 수출을 하고 있는 대부분 중국 업체에 최대 451% 반덤핑 폭탄을 날렸다. 업계에서는 400% 넘는 관세로 사실상 금수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유탄’을 맞았다.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포스코에 각각 47.8%, 31.7% 반덤핑 관세를 물렸다. 동국제강은 8.75%를 맞았다. 이는 당초 반덤핑 예비판정(최대 3.5%) 때 받았던 세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앞으로 철강 제품 관세 결정이 줄을 잇는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월 냉연강판 반덤핑 관세 최종 판정이 남았고, 11월에는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 대선을 앞두고 계속 이렇게 밀리다가는 연속해서 반덤핑 관세를 맞을 수 있다”며 “업체 차원에서 미국 상무부 상위기관인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동철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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