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
정치적 파장을 우려한 국토부와 한국교통연구원 등 관련기관에선 철저한 함구령이 떨어진 상태다. 이 와중에 이해관계가 얽힌 지자체들만이 검증되지 않은 주장과 비방을 쏟아내고 있어 입지 선정 이후 지역갈등과 사업파행 등 후유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5대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1. 이번에는 결정되나
영남권 신공항 사업은 이미 지난 2011년 정치 논란을 빚은 끝에 사업 자체가 백지화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지자체간 공방이 다시 과열 양상을 띠는 ‘데자뷰’ 현상을 보이면서 5년전처럼 또다시 사업 추진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그 때(2011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사업 백지화는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한 차례 백지화 전례가 있다는 점도 정치적 부담이지만, 김해공항의 안전 문제와 포화 상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4년 1000만명을 넘은 김해공항 연간 이용객은 지난해에도 20% 급증하며 1238만명을 기록했다. 국토부는 오는 2023년 김해공항이 포화에 이를 것으로 봤지만, 이보다 2~3년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2009년 김해공항 국제선의 6%에 불과했던 저가항공 비중은 지난해 37%까지 커지며 공항 포화를 앞당기고 있다.
착륙할 때 돗대산, 신어산과의 충돌위험이 있는 김해공항의 안전성 문제도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애초 지난 2002년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중국 민항기가 돗대산에 충돌해 129명이 사망한 사고가 신공항 논의의 발단이 됐다. 지난 3월에도 중국 남방항공 민항기가 착륙에 실패해 인천공항으로 회항한 사례가 있다.
#2. 장점은? 밀양 ‘접근성’ vs. 가덕도 ‘소음, 안전성’
밀양은 ‘접근성’을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영남권 5개 시·도 모두에서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 이미 KTX나 주요 도로와 맞닿아 있어 연결 교통망 구축에도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구미 등 주변 산업단지와 연계효과 등을 고려할 때 신공항은 밀양에 들어서야 한다는게 대구·경북의 입장이다.
반면 부산은 가덕도가 24시간 장애물 없이 이·착륙할 수 있어 허브공항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홍보를 집중하고 있다. 김포나 밀양과 달리 주변에 민가가 없는 만큼 소음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향후 이용객이 급증할 경우 공항 확장이 밀양에 비해 쉽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결국 두 지역의 우열은 평가 기준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선정되는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5~27일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는 30개 항목에 달하는 평가기준과 가중치를 결정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토부 측은 “평가기준은 전적으로 ADPi가 결정하며, 정부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3. 감추고 싶은 약점은
두 지역 모두 단점도 적지 않다. 밀양은 소음피해로 인해 24시간 공항 운영이 어렵다. 밀양 예정지 인근 거주민 수만 1만3600명에 달해 건설과 공항운영 단계에서 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내륙공항인 만큼 위험성 면에서 김해공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건설 단계에서 장애물이 되는 산봉우리를 절개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대상 범위와 비용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희준 대구시 신공항추진단장은 “프랑크푸르트 공항 등 세계적인 공항도 24시간 운영하지는 않는다”며 “소음 문제도 주민 이주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덕도는 부산을 제외하면 영남권 전체 주민의 70%로부터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취약점이다. 또한 추가 비용을 들여 가덕도로 도로·철도 등 교통망을 이어야 한다. 바다에 인접한 섬 지역인 만큼 공항 건립을 위해선 별도의 매립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연약지반의 침하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부재 부산시 신공항추진단장은 “가덕도 해안 지반의 침하 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부산신항 건설에서 이미 입증됐다”며 “가덕도는 접근성 면에서도 밀양과 20~30분 이상은 차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 제3의 지역 선택 가능할까
밀양과 가덕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신공항 예정지 후보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두 지역만이 후보인 것은 아니다. ADPi는 지난해말부터 밀양, 가덕도를 포함한 10여개 후보지를 선정해 각종 평가요소를 대입해 압축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0여년간의 논의 끝에 두 곳이 최종 후보지로 이름을 올린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지금에 와서 새로운 후보지를 선택하는 것은 양측의 반발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만큼 (정부로서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전성 문제만 해결된다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도 여전히 선택지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미 사업의 틀(프레임)이 ‘신공항’으로 정해진 만큼, 지금 시점에서 되돌리기는 늦었다는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신공항 연구에 관여해온 한 항공 전문가는 “정치 대립이 극에 달한 지금에 와서는 김해공항 확장안 조차도 부산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다”고 토로했다.
#5. 김해·대구공항의 운명은
김해공항과 대구공항의 운명도 신공항 입지에 대한 ADPi와 정책당국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김해공항의 ‘생존’에 대해선 당장 밀양과 가덕도 지지측의 의견부터가 엇갈리고 있다. 일단 밀양을 주장하는 쪽은 신공항 수요 확보를 위해 김해공항 문을 닫고 신공항을 영남권 ‘허브 공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신공항은 활주로 2개 짜리 대형 공항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덕도를 주장하는 부산은 김해공항을 그대로 두고, 활주로 1개 짜리 공항을 세울 것을 주장하고 있다.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비를 5조원대로 줄여 ‘경제성’ 평가항목을 맞추기 위해서다. 다만 이 경우 김해공항의 안전성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또한 김해와 가덕도 공항을 함께 운영할 경우 활주로 방향이 마주쳐 공역 충돌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는 대구공항 폐쇄를 불사하겠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군공항으로서의 전략적 기능과 지역민들의 항공수요가 있는 만큼 지방공항 폐쇄 결정은 쉽지 않다”며 “지자체의 의견대로 (공항 폐쇄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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