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 자녀와 함께 삶을 마감한 한 30대 의사 가정의 비극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부모가 미숙아(이른둥이) 자녀를 가슴에 품는 캥거루 케어(Kangaroo mother care)가 입원기간을 보름가량 단축시키고 퇴원 체중을 평균 140g 증가시키는 등 의학적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캥거루케어는 부모가 편안한 의자에 앉아 옷의 앞섶을 풀고 아이와 살을 맞대고 안아주는 것으로 원래는 1983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인큐베이터 등 의료 설비ㆍ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됐으며, 최근엔 미국ㆍEU 등 선진국에선 미숙아 치료에 널리 사용하고 있다.
21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팀이 2012∼13년 병원에 입원해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 45명과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68명(출생체중 1500g 미만)의 의학적ㆍ심리적 변화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미숙아에서 캥거루 케어의 효과와 안정성)는 대한주산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이 교수팀은 인공호흡기를 떼어 낸 뒤에도 활력이 있으면서 엄마가 감염성 질환이나 심각한 전신 질환이 없는 미숙아 45명을 대상으로 총 917회의 캥거루 케어를 실시했다.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의 출생 당시 평균 체중은 1080g이고, 태어난 지 평균 18.3일 뒤부터 케어를 받기 시작했다. 이 교수팀은 부모 중 한 사람이 하루 1시간씩 자녀를 안아 주도록 했다. 부모에게 캥거루 케어 방법을 사전 교육하고 케어 내내 의료인이 함께 해 부모의 불안감을 덜어줬다. 부모는 블라우스ㆍ셔츠 등 앞이 트이고 미숙아 자녀의 몸통ㆍ팔을 덮을 수 있는 옷을 입고 아이를 안아 주었다. 담요는 사용하지 않았고 기저귀ㆍ모자만 착용한 상태로 미숙아의 앞가슴과 배 부위가 최대한 부모에게 닿도록 했다.
캥거루 케어를 받다가 중도에 일시 중단한 미숙아는 2명이었다. 복부 팽만으로 인한 모유 수유 곤란과 패혈증 의심이 원인이었다. 이들도 증상이 호전된 뒤 다시 캥거루케어를 받았다.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의 입원기간은 평균 84.2일로,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미숙아(98.5일)에 14.3일 짧았다. 캥거루 케어를 받은 아이의 퇴원 때 평균 체중도 2310g으로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아이보다 160g 높았다.
미숙아 치료 도중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은 패혈증ㆍ무(無)호흡ㆍ저체온증ㆍ중증 이상의 기관지폐 이형성증 등이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가 숨지거나 패혈증ㆍ저체온증이 나타난 경우는 일절 없었다”며 “무호흡은 4명(9%)에서 발생했으나 곧 자발적으로 회복됐다”고 기술했다. 이와 달리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아이는 11%가 패혈증을 경험했다. 중증 이상의 기관지폐 이형성증 발생률은 캥거루 케어 실시 여부와 상관없이 22%로 같았다.
캥거루 케어는 또 미숙아 엄마에게도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엄마의 우울감 지수는 캥거루 케어 참여 전 30%에서 참여 뒤 5%로 감소했다. 캥거루 케어를 한 뒤 엄마의 상태 불안 점수(슈필버거 불안측정 도구 사용)는 평균 1.2점(49.7점→48.5점) 낮아졌다. 엄마의 모성 애착 점수(모자간의 친밀한 정서적 유대감을 나타내는 점수, 물러의 모성 애착 자가 평가 도구 사용)는 1.1점(98.4점→99.5점) 높아졌다. 캥거루 케어에 참여하지 않은 미숙아 엄마의 불안 점수와 모성 애착 점수는 각각 55.6점ㆍ93.2점이었다.
한편 캥거루 케어는 캥거루가 일찍 태어난 새끼를 육아낭에 넣어 키우듯, 미숙아를 품에 안아 키우는 치료법이다. 엄마와 아기의 피부가 직접 맞닿을 수 있도록 맨 몸으로 안아준다. 2002년 미국 내 신생아 집중 치료실 1133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82%가 캥거루 케어를 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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