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최근 수년간 멕시코와 중국 등에 있던 생산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 등으로 옮겼다. 현지 인건비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법인세 감면같은 ‘당근’을 제시하면서 본국으로 돌아갈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포드는 우리 돈으로 18조원을 미국 본토에 재투자하며 수천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 비영리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포드나 GM같은 국외 진출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해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연간 6만여개에 달한다.
이웃나라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하면서 도쿄와 오사카 등 ‘국가전략특구’를 중심으로 법인세 감면과 연구개발(R&D) 투자 지원같은 적극적인 리쇼어링(국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정책을 펼쳤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현상으로 일본내 수출기업의 경쟁력도 좋아졌다. 이에 혼다, 파나소닉, 캐논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에 비해 4년전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발표했던 한국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미국과 일본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리쇼어링이 경제에 활력을 더하고 있는 반면 한국 대기업의 복귀 사례는 최근까지 전무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2년 4월 법인세 감면과 외국인 추가 고용 허용 등 지원책을 담은 해외진출기업 유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또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른바 ‘유턴기업 지원법’(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2013년 8월에 제정했다. 이 법은 한국으로 돌아온 기업들이 일정 요건을 충족해 유턴기업으로 지정되면 법인세·소득세는 최대 7년간 50~100%를 감면받고, 자본재 수입에 대한 관세를 최대 5년간 50~100% 감면받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지난해말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겨우 76개에 불과하다. 유턴기업 대책이 ‘반짝’ 효과를 봤던 2013년 37개를 정점으로 작년에는 9개까지 줄었다. 2014년 말 발표된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해외진출 기업 10곳 중 7곳이 국내에 복귀할 유인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꺼리는 데는 몇가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리쇼어링의 가장 큰 유인으로 ‘우수 인력 확보’를 꼽는데, 인재가 많은 수도권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각종 수도권 규제로 공장 설립이 어려운데다 유턴기업지원법마저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비수도권’으로 공장을 이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에게는 ‘문턱’이 하나 더 있다.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아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에 있는 공장을 완전 청산해 이전해야 한다는 것. 중소기업은 일부 생산라인을 남겨두고 국내에 새로 공장을 설립한다고 해도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기업이 국내로 들어와야 관련 하청업체들이 대거 들어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 중심으로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업종 규제도 있다. 예를 들어 신발소재를 해외에서 생산하는 업체가 국내로 유턴하면서 신발 자체를 만들고 싶다고 신청서를 낸다고 가정하자. ‘신발소재’와 ‘신발’은 표준산업분류 체계상 다르기 때문에 해당업체는 유턴기업으로서 선정되지 못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종을 변환하는 경우에 국내기업과의 역차별이 벌어질 수 있어 제한을 둔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 부분은 문제가 있어 개선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리쇼어링(reshoring) : 생산비 절감 등을 이유로 국외로 나간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 공장을 국외로 이전하는 것을 뜻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 우리나라에서는 리쇼어링 기업을 ‘유턴(U-turn)기업’이라 부르기도 한다.
[조시영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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