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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3국에서 이세돌 9단이 흑돌을 집고 첫 수를 두고 있다. <사진제공=구글> |
이 9단이 흑돌을 집으며 시작한 이번 대국은 4시간 12분만에 176수를 끝으로 3연속 불계패를 기록했다.
이 9단은 지난 1,2국과 다르게 공격적인 바둑을 뒀으나 알파고의 대응에 번번이 막혀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대국 초반, 이 9단이 ‘흔들기’를 시도했으나 알파고는 오히려 ‘철벽 방어’에 가까운 기술을 보여 이 9단을 당황시켰다. 중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알파고와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세돌 9단이 2국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3국은 초반에 승부를 봐야 알파고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후반은 없다’는 자세로 호기롭게 판 위에 돌을 뒀다. 초반 해설위원들은 “이제야 이세돌다운 바둑이 나온다”며 기대했다. 하지만 초반에 승부수를 내기엔 알파고가 너무나 견고한 시스템으로 움직였다.
알파고는 1,2국대 보여주지 않은 패싸움 바둑을 두면서 이 9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 대국은 알파고가 ‘패’를 자유자재로 두는 컴퓨터라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된 경기이기도 했다. 다만 패가 승률이 높아지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전략이란 점이 미리 계산된 듯, 알파고는 패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인간 이세돌 9단은 오래도록 포기하지 않았다.
5분여를 남겨둔 가운데 심신이 지친 모습을 보였던 이세돌 9단은 초읽기(제한된 시간 1분안에 수 두기)에 접어들면서 눈빛을 되찾았다.
이미 승리는 멀어졌지만 여러가지 ‘창의적인 수’를 두면서 알파고의 능력을 시험했다. 인간 프로기사라면 두지 않을 다양한 수를 시도했다. 매번 1분 안에 검은 돌을 내려놓으면서 멋쩍은 듯 머리를 긁기도 했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해설위원과 좌중 역시 이 9단의 포기하지 않는 모습과 창의적 수 두기에 찬사를 보냈다.
이 9단은 초읽기로 알파고를 30여분 이상을 버텨냈다. 알파고도 이 9단의 기개에 장고를 거듭했다. 3국 해설을 맡은 이현욱 프로8단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 판단됐던 곳에서 이 9단이 조금씩 백돌을 잡아가면서 길을 만들었다”며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군단의 딥러닝에 대항해 이세돌 9단은 ‘인간형’ 딥러닝을 구사하려는 듯 자꾸만 실험적인 수를 둬 알파고를 교란시켰다. 그러면서 알파고의 움직임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모습이었다. 조혜연 9단은 “알파고가 오늘도 잘 뒀다. 대국 종료 30수 전에 이미 승부는 알파고의 것이었지만 이 9단은 여러가지 시험을 하면서 알파고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9단이 역전의 길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조심스런 희망이 비쳐질때, 갑자기 그가 돌을 거뒀다. 알파고가 176번째 백돌을 내려논 후였다. 세번째 패배였고 남은 두 경기를 이기더라도 ‘세기의 매치’에서 진 것이다.
해설위원들과 좌중은 또 한 번 안타까움을 삼켰다.
이현욱 8단과 함께 해설을 맡은 김지명 아마 6단도 “이 9단이 아닌 누가 두어도 알파고에 대해 승률 50%를 넘는다는 건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현욱 8단은 “남은 두번째 대국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이세돌 9단이 승리할 수 있도록 그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세번째 패배를 지켜본 좌중 분위기는 직전 대국보다 차분했다. 앤드루 아쿤 미국바둑협회장은 “남은 게임에서 이 9단이 이기긴 쉽지 않아보이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만뒀을 것 같은 때 보여준 엄청난 집중력과 놀라운 수 읽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국을 보기 위해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가 이날 오전 방한해 대국장을 찾았다. 가족과 함께 동행한 그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CEO와 이세돌 9단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VIP실에서 세번째 대국을 관전했다. 브린 공동창업자는대국 후 기자 회견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에도 바둑이 가진 아름다움을 접목해 인공지능을 개발해낼 수 있다는 것에
이세돌 9단은 “기대를 많이 하셨을텐데 무력한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며 “남은 두번의 대국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진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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