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알파고의 등장으로 이 역설이 깨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면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딥마인드는 지난해 2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벽돌깨기 게임을 하는 인공지능을 소개했다. 단순한 인공지능이 학술지에 소개될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의 방법을 전혀 알려주지 않고 인간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본 뒤 스스로 게임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게임을 한지 240분이 지난 뒤,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능수능란하게 게임을 진행했다. 인간처럼 학습능력이 가미된 것이다.
9일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제1국에서 완승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본 인류의 가슴 속은 복잡해졌다. 인류보다 뛰어난 인공지능 탄생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한꺼번에 커진다. 인공지능은 잘 활용하면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한다면 ‘독’이 될 수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인자동차, 드론, 유전체 분석 등은 모두 인공지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무인자동차와 드론이 사고 없이 달리려면 정확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 인간은 직관적으로 이를 판단하지만 인공지능은 짧은 시간에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뒤 인간보다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금융 분야의 적용도 가능하다.
자의식을 갖고 있는 ‘강인공지능’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알파고와 같은 ‘약인공지능’도 인간에게 해를 미칠 수 있다. 무인기의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 비행시스템 고장으로 인한 비행기의 추락 등 인공지능이 적용된 여러 분야에서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의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 WEF가 펴낸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가면서 앞으로 5년 안에 선진국 15개국에서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기술 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직업에 대한 개념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각국은 대량 실업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단순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창조력과 고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과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릭 호르비츠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장은 지난 2014년,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카네기맬런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등 전문가와 함께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예측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100년 연구’로 이름 붙여진 이번 프로젝트는 향후 100년간 연구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인간을 감시 통제하는 ‘빅브라더’의 현실화 가능성을 살펴보고 인공지능을 인격체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모여 100년 연구를 계획한 까닭은 인공지능이 인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호르비츠 소장은 “연구자에 따라 인공지능은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묘사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인간이 인공지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국민대 자동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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