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하루 전인 지난 8일 열린 간담회에서 에릭 슈밋 알파벳(구글 지주사) 회장은 “결과에 상관 없이 승자는 인류”라고 말했다. 기술 진보를 이룬 인류의 위대함을 말하려 한 것이겠지만,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슈밋 회장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았을 거 같다. 대신 “승자는 구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구글은 이번 대국 상금으로 최대 125만 달러(약 15억원)를 내걸었다. 하지만 그 마케팅 효과는 수십배에서 수백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 바둑기사와 맞선다는 것 자체 만으로 이미 전 세계 이목이 이번 행사에 집중됐다.
이번 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유튜브는 구글이 지난 2006년 인수한 동영상 플랫폼이다. 인류는 구글의 행사를 구글 서비스로 감상하면서 놀라워하고 있다. 유튜브 외에 네이버 등이 케이블채널 영상을 받아 온라인 생중계를 한다. 2국이 열린 10일 네이버를 통해 무려 30만 명이 관람했다. 첫날 대국도 마찬가지였다. 평일 낮 지상파TV 시청률이 1% 정도에 불과한데, 이날 대국 시청률은 5.5%나 나왔다. 게다가 첫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는 이변이 연출되면서 컴퓨터와 인간의 바둑 대결이라는 생중계 효과는 예상을 뛰어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9일(현지시간) 알파벳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전일보다 1.66% 오른 725달러41센트(약 8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구글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자신들의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미래 기술을 전세계에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다. 향후 다양한 서비스로의 확대 계획도 발표함으로써 인공지능 분야 선도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미 구글은 안드로이드, 메일, 지도, 포토, 검색, 번역 등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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