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하루 앞둔 8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이세돌 9단. <김호영 기자> |
2000년대 중반 들어 데이터를 처리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이 등장하면서 다시 딥러닝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대폭 개선된 컴퓨터 성능은 알고리즘이 원활하게 작동하는데 기여했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이 발달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컴퓨터 연산능력의 발전”이라며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긴 딥블루는 이제 스마트폰 안에서도 작동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인공지능인 구글 알파고와 IBM 왓슨도 마찬가지다. 대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면서 제한된 분야이긴 하지만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하지만 바둑은 인공지능이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다.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착점이 361개인 바둑에서 모든 점을 채워나가는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에 달한다. 규칙도 체스와 달리 복잡하다.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려면 수퍼컴퓨터로도 수십억년이 걸린다.
9일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펼치는 알파고는 기존 인공지능 한계를 극복해 냈다.
알파고 신경망은 정책망과 가치망으로 불린다. 정책망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하위 개념이고 가치망은 컴퓨터가 인간처럼 판단하는 상위 개념이다.
알파고는 정책망, 가치망을 가지고 컴퓨터가 스스로, 선택적 학습을 하도록 설계됐다. 이 과정에서 몬테 카를로 탐색 기법과 게임 트리 탐색 기법이 쓰인다. 많은 경우의 수에서 필요한 것만 골라내는 기술을 몬테 카를로 탐색이라고 한다. 바둑 경우의 수가 10만 가지가 있다면 이중에서 10개만 골라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이다. 이미 과거에도 많이 활용되던 기법이지만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에서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알파고는 3000만 건 바둑 기보 데이터 중에서 승패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바둑 학습을 해나간다.
알파고는 바둑 판세를 읽을 수 있는 이미지 기술까지 장착했다. 불리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현재 두고 있는 수에 대한 경우의 수를 배제하면서 최적의 수를 찾아낼 수 있다. 여기에 게임 트리 탐색 기법이 접목된다. 바둑돌이 바둑판을 채워 나갈 때마다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지 않고 기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길 가능성이 높은 수를 스스로 찾아 나간다. 김석원 책임연구원은 “게임 트리 탐색 기법도 1950년대부터 나온 기술”이라며 “알파고는 몬테 카를로 탐색과 게임 트리 기법을 동시에 적용하는 딥러닝 기법으로 능력을 배가 시켰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료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IBM 왓슨도 이와 비슷한 기법을 적용한다. 수많은 환자들의 데이터와 치료방법을 저장해 둔 뒤, 새로운 환자의 증상을 기존 데이터와 비교해 최적 치료법을 제공한다. 제퍼디 퀴즈쇼에 출현해 우승한 왓슨은 ‘딥큐에이(DeepQA)’ 기술을 갖고 있다. 인간의 생각과 결부된 인지적 행동을 다루는 시스템을 다루는 기법이다. 글로 쓰여진 질문을 분석하고 이를 분해한 뒤 후보답변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역시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걸러내고 최적의 답을 찾아낸다.
지금까지 컴퓨터 상 바둑 경기에서 알파고는 495 대전 중 494번 승리했다. 승률은 99.8%다. 인공지능 업계에서는 알파고 업적은 전망보다 10년 빠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90년대 체스 챔피언을 이겼던 IBM 딥블루는 자가 학습보다는 프로그램 설계자에 의해 규칙이 만들어지는 인공지능이다. 자동적으로 기계가 학습을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입력해 최적화한 답을 내놓는 식이다. 초당 정보 검색 수는 딥블루가 2억 번, 알파고가 10만건으로 딥블루가 월등히 많다. 하지만 딥블루는 알파고에 비해 능동적 대응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이런 방식은 예측이 불가능한 과제를 만났을 때 속수무책”이라며 “
이세돌 9단도 8일 회견장에서 “바둑은 수읽기와 인간 고유 능력인 직관을 적절하게 조합한 게임”이라며 “알파고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들을수록 컴퓨터가 직관까지 모방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긴장감을 내비쳤다.
[원호섭 기자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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