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바오(애보)와 러바오(낙보) 보러 에버랜드로 오세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선물인 판다가 1994년 이후 2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을 15년 임대 조건으로 한국에 선물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전 세계에서 20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동물 판다가 3일 오후 대한항공 특별기 편으로 인천공항에 들어왔다. 판다의 국내 입국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등에 이어 14번째 판다 보유국이 됐다.
인천공항서 간단한 입국 환영식을 가진 판다는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에 설치된 ‘판다월드’로 이동해 국내 적응에 들어갔다. 올해로 개장 40주년을 맞는 에버랜드는 내달 20일부터 일반인들에게 판다를 공개할 예정이다.
판다는 쓰촨성 두장옌 판다기지에서 에버랜드까지 2400km의 거리를 이동했다. 전세계 희귀종데다 중국의 국보로 통하는 탓에 판다 이송은 국빈급 대우로 이뤄졌다.
대한항공이 지원한 보잉 747 화물기에는 판다 두 마리와 기장 3명, 사육사·수의사 3명만 탑승했다. 판다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다른 화물은 일절 싣지 않았다. 비행기 기압은 여객기와 동일하게 맞춰졌으며 온도는 판다가 좋아하는 18℃로 고정됐다. 판다들이 비행기를 처음 타는 점을 고려해 20~30분 단위로 8번 가량 판다들의 건강체크가 이뤄졌다.
한국에 도착한 판다는 인천공항서 에버랜드까지 항온항습 무진동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이 차량은 컨테이너가 수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공기압을 자동으로 조절해 수평을 유지하는 장치를 갖췄다. 또 차량 속도도 일정하게 맞춰 안전성을 확보했다.
판다의 이름은 암컷은 아이바오(애보), 수컷은 러바오(낙보)로 정해졌다. 에버랜드의 중국어 표현인 애보낙원(애보낙원)에서 인용한 아이바오와 러바오는 각각 ‘사랑스런 보물’ ‘기쁨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이다. 판다가 사랑 많고 기쁨을 주는 보물과 같은 존재가 되길 기원하는 한중 양국 국민들의 바램을 담고 있다.
최근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한중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판다가 양국간 관계를 누그러뜨리는 ‘친선사절’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국은 판다를 상대국에 우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상징으로 활용한다. 일종의 ‘판다외교’인 셈인데, 처음 해외에 보낸 판다 한 쌍도 1941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을 지원한 미국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보낸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원해달라는 목적으로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 판다 한 쌍을 선물했다. 당시 판다 공원 개장식에는 필립 벨기에 국왕 부부와 디 뤼포 벨기에 총리가 참석했다. 중국 측 인사로는 당시 EU를 순방중이던 시진핑 주석이 함께 했다
냉각된 한중간 분위기를 감안해서인지 이날 판다 입국 환영식은 정부에서 환경부 차관 정도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졌다. 지난 2013년 캐나다, 2014년 벨기에에 판다가 도착했을 때는 각국의 총리가 직접 공항에 나와 수많은 인파와 함께 환영하는 등 떠들썩하게 치러진 바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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