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Q9500의 디자인 주역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예슬 사원, 정희재 수석, 박진숙 선임, 최민경 수석. <사진제공=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무풍에어컨 Q9500’의 디자인 주역들을 지난 18일 서울 우면동에 있는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 센터에서 만났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 R&D 센터는 삼성전자 디자인 인력들이 모여 있는 핵심 기지다.
정희재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 수석은 ‘무풍(無風)’을 구현하기 위한 소재 찾기의 어려움부터 털어놓았다. “에어컨의 시원함은 좋은데 찬바람이 싫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잖아요. 찬바람을 느끼지 못하면서 차가운 기운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처음 가진 숙제였습니다. ”
이 때부터 디자인팀들의 외도가 시작됐다. 동대문시장과 광장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종류의 천을 구입해서 실험했다. 차가운 공기가 천을 통과하면 ‘찬바람은 줄어드는 대신 서늘한 느낌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스피커 전문업체도 부지런히 다녔다. 스피커는 둥그런 증폭 장치인 유닛의 떨림을 얇은 천을 통과시켜 음향을 전달한다. 유예슬 사원은 “명품업체인 B&O의 스피커 천 재질을 시험하고 싶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며 “매장 주인에게 사정해서 흠집 난 제품을 조금 싼 가격에 겨우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천 소재는 무풍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내구성에 결정적인 문제를 보였다. 에어컨을 한 번 구입하면 최소 10년은 쓰는 가정이 많은데 아이들이나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이 흠집을 낼 우려가 커진 것이다. 또 청소를 하는 문제에서도 천 소재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다.
천을 포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 것이 메탈(금속) 소재다. 최민경 수석은 “에어컨에서 금속은 물방울이 맺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동안 금기어 가운데 하나였다”며 “제일 크게 걱정했던 결로 문제를 기술진이 멋지게 해결해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개발된 것이 ‘메탈쿨링 패널’이다. 삼성 무풍에어컨의 상단 절반 이상을 덥고 있는 이 패널에는 약 13만5000개의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고, 여기를 통해 균일한 온도의 냉기가 발사된다. 차가워진 금속 소재에서 서늘한 냉기가 뿜어나오기 때문에 바람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시원함이 다가오는 방식이다.
최민경 수석은 “조상들이 여름에 얼음을 보관하던 석빙고에 들어가면 바람은 없는데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며 “이같은 원리를 에어컨에 담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무풍에어컨은 2013년 출시된 전작 모델인 Q9000의 디자인 핵심 요소를 그대로 계승했다. 여기에 소비자를 배려한 세심함을 추가했다. 우선 에어컨 전체를 약 3도 정도 뒤로 기울여 디자인해 포물선 모양으로 바람이 뿜어져 나오도록 했다. 또 바람문 안쪽에 조명을 넣어 색상을 통해 바람의 세기를 알 수 있게 했다.
박진숙 선임은 “에어컨의 동작을 알려주는 디스플레이 화면이 기존에는 에어컨 상단에 위치해 보기가 불편했다”며 “이번에는 성인 눈높이보다 낮은 바람문 가운데에 화면을 두고 크기도 키워 정보량도 늘렸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에어컨은 어떻게 진화할까. 정희재 수석은 “기존에 유리로 사용되던 에어컨 소재가 플라스틱으로 진화했다 이번에 메탈로 바뀌게 됐다”며 “미래 에어컨에는 그동안 쓸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소재가 사용되지 않을까”라고 상상했다.
[이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