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은 얼굴의 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기관이다. 특히 머리뼈와 턱뼈 사이에서 두 뼈를 연결하는 턱관절은 입을 벌리거나 다물게 하고 음식을 씹을 때 지렛목 기능을 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최근 턱관절 기능 이상을 호소하는 ‘턱관절 장애’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턱관절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대비 약 38% 증가한 33만 8,846명으로 나타났으며, 증상이 없어 턱관절 장애를 자각하지 못한 이들을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턱관절 장애는 크게 관절원판(디스크)과 관절을 이루는 뼈 관절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와 저작근을 포함한 주위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경우로 나뉘는데, 이 둘은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을 벌리면 턱에서 ‘딱’하는 소리가 나거나 턱을 움직이거나 턱 주변 근육을 만졌을 때 통증이 있다면 턱관절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밖에도 목이나 어깨 결림, 잦은 두통, 만성 피로, 소화 불량 등의 증상도 동반할 수 있다.
흔한 증상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이를 방치하면 보다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심한 경우 좌우 턱관절 균형이 무너져 얼굴이 한쪽으로 비틀어지는 안면비대칭이나 목뼈, 척추 등이 휘어 전신비대칭을 유발하는 경우도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은 골격이 완성되어 가는 시기로 턱관절이 유연해 염증에 대한 골 반응이 급속도로 변하므로 치료받지 않을 경우 부정교합, 안면 비대칭으로 발전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턱관절 장애는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많이 발병한다.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의하면 2012년 턱관절 장애로 병원을 찾은 총 진료인원은 남성 11만 5,613명, 여성 17만 6,750명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남성보다 턱관절 장애 발병이 높은 이유로 여러 원인이 지적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주된 원인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으면 턱 근육에 분포되어 있는 신경이 수축되고 이에 따라 관절의 주의 조직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김선종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에 취약해 환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실제 201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28.6%로 남성에 비해 4.2%나 높다”며,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항할 힘과 에너지를 마련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어깨, 목, 머리 등 주변 근육이 긴장하게 되면서 턱관절 장애가 발생하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김선종 교수는 이어 “턱관절 장애를 조기에 진단할 경우 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환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자 노력하고,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 등을 씹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를 꽉 깨무는 습관, 이갈이 등 나쁜 습관을 교정해 턱관절 인대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턱관절 장애는 초기에 통증 및 염증을 완화해주는 진통 소염제 및 근육 이완제 등 약물 치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턱관절 장애가 더 진행돼 턱관절 내 디스크의 형태와 위치에 이상이 생겨 통증이 심한 경우, 교합 안정장치(스플린트) 시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6개월 이상 개구량이 30mm 이상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통증이 계속된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외과적 치료법을 결정할 수도 있다.
<턱관절 장애 증상 체크 리스트>
1. 입을 벌리거나 닫을 때 지
2. 입을 벌리거나 닫을 때, 식사할 때 통증이 지속된다.
3. 검지, 중지, 약지를 나란히 붙인 다음 똑바로 세워 입에 넣었을 때 잘 들어가지 않는다.
※증상 체크리스트중 1개 이상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는 게 좋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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