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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찌 레이스 셔츠 |
2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여성 옷에 주로 쓰이는 레이스 원단이 명품 브랜드의 남자 옷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레이스는 실이 서로 엉키고 맺혀서 문양을 나타내는 기법을 말하는데, 웨딩드레스나 원피스 등에 사용된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이번 봄·여름 시즌 다양한 색의 레이스 셔츠, 꽃 나비 넥타이, 핑크 러플 셔츠, 하이웨이스트 바지 등 남성 패션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고 인식되던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입으면 속살이 훤히 비치는 붉은색의 레이스 셔츠가 파격적이다. 가격은 무려 750~3700달러(약 445만 원)에 달한다. 구찌는 레이스 셔츠 외에도 여성성이 가미된 제품을 출시했는데, 커다란 리본이 달린 셔츠, 플로럴 프린트 셔츠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 같은 구찌의 실험적 시도는 지난해 1월 브랜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부임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작품이다. 최근 몇 년간 노후한 이미지 때문에 실적 부진을 겪던 구찌를 미켈레가 새롭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재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패션업계에서 ‘젠더리스 룩’을 이끌고있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남성용 레이스 셔츠와 같은 미켈레의 파격적 디자인이 구찌를 살릴 수 있을까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지만 현재까지 결과는 성공적이다. 지난해 3분기 구찌 매출은 전분기 대비 4.6% 성장했다. 이는 무려 2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난 기록이라 의미가 깊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버버리 프로섬도 이번 시즌 남성용 레이스 셔츠는 물론 레이스 넥타이까지 선보였다. 아예 공식 사이트 남성 패션 부문 첫 번째 페이지에 레이스 셔츠를 입은 모델 사진을 걸어놓을 정도로 레이스 제품을 이번 시즌 주요 품목으로 홍보하고있다. 버버리 프로섬은 구찌와 마찬가지로 흰색, 하늘색, 검은색 등 다양한 컬러의 ‘이탈리안 레이스 셔츠’를 출시했다. 가격은 115만 원대다.
이처럼 남성 패션에도 여성성이 가미되는 이유는 ‘젠더리스’가 올해 패션업계의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실제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은 최근 ‘올해의 색상’을 발표하면서 패션은 물론 다양한 산업 전반에 걸쳐 남녀 성별을 없앤 젠더리스 움직임이 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들이 슈트를 입고, 정장구두인 옥스포드화를 신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듯이 남성들이 레이스를 입는 것도 하나의 패션으로 인정되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또한 여자 옷은 굴곡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소재 다루기가 힘든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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