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8개월 만에 최고, '원/달러 환율'에 당국 '구두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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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8개월 만에 최고/사진=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이 5년8개월 만에 최고치인 1,230원대를 넘어섰습니다.
19일 정부는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이어지자 '구두개입' 방식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당국이 외환시장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최근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제유가 하락 추세는 물론이고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일본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 등 대외적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환율 변동폭이 커진 가운데,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져 외환시장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잦아들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 1월 정책회의 의사록에서 새로운 경제 하방 리스크를 언급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에 반대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심리는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안전 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투자 수요는 늘고 상대적으로 원화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이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율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히던 정부가 '구두개입'을 한다는 입장으로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1일과 4일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고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18일, "외환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너무 급격한 변동이 있으면 정부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하는 게 원칙"이라고 언급하며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정부와 협력해 안정화 조치를 취하는 등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며 대응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그러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까지 올라서자 결국 당국이 시장에 구두개입하는 형식으로 진화에 나선 것입니다. 당국이 환율 상승시에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2011년 9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2014년 7월 지금과는 정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까지 떨어질 때 한은과 기재부가 공동으로 구두개입한 이후로는 1년7개월 만이기도 합니다.
'변동성이 과도' '쏠림현상 우려' 등 표현을 쓰며 움직임에 나서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시장의 과도한 불안감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외환시장에 매도하는 미세조정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한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두개입의 효과가 이어질거라 분석 대신,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북한 리스크, 수출 경기 부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이끌어온 요인들이 계속해서 환율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한층 가팔라졌습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국도 급격한 쏠림 현상을 조정할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보다 개입에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분석에는 최근 미국 의회가 환율 조작국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BH
BHC 법안이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 중에서 환율개입(의심) 국가들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미국으로부터 시장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이 1차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