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1차전지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비츠로셀.
비츠로셀은 한국을 대표하는 강소기업이지만 미국의 센서스(Sensus)라는 기업은 접근 조차하기 어려운 ‘벽’이었다. 센서스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스마트그리드구축에 필요한 전기·가스·수도 미터기 등을 공급하는 회사인데 특히 수도 미터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 미터기나 원격 검침기가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전지가 필요하게 됐고 비츠로셀은 성장을 위해서 센서스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업이라고 봤다. 하지만 기존의 독점공급 체계가 워낙 강력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센서스는 세계 2위의 리튬 1차전지 업체인 이스라엘의 타디란배터리(Tadiran Batteries)라는 강력한 카운터 파트너를 두고 있었다. 지난 20년간 오직 타디란으로부터 리튬전지를 공급받고 있을 정도여서 진입조차 힘들었다. 장 대표는 한군데 납품업체에만 의존할 때 생기는 위험성을 꾸준히 설득했다.
장 대표는 “에너지 시추장비나 군용장비는 전지 불량으로 작동에 이상이 생기면 큰 손실이 나게 되는데 전지 공급업체를 단일 납품업체로 두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강조했다”며 “타디란의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면 더 이상 군말을 하지 않겠다고 꾸준히 설득했고 이후 우리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타디란의 품질은 우수하지만 납기가 길고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센서스측의 말 못할 고민이었다. 이를 간파한 장 대표는 “빠른 납기, 우수한 품질, 낮은 가격이라는 3박자를 기본으로 갖추고 필요할 때는 얼마가 들더라도 언제든 찾아가 기술지원을 하겠다”고 파격 제안을 했다. 이후 센서스 본사가 펜실베니아주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이전하면서 관련 담당자들까지 대폭 교체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간 근성도 한몫 했다.
그렇게 4년 넘게 문을 두드린 결과 성능 테스트 모든 항목에서 타디란 제품을 뛰어넘었다. 현재까지 수주한 물량은 280억원 수준이지만 금액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비츠로셀은 보고 있다. 비츠로셀은 작년 매출액(822억원) 가운데 50%이상을 스마트그리드 시장에서 거뒀다.
장 대표는 “지난 2011년 공급을 시작으로 현재는 센서스 수요량의 95% 이상을 비츠로셀이 공급하며 사실상 독점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며 “지난해 4월에는 센서스사와 처음으로 2년간 공급을 유지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츠로셀이 제조하는 리튬 1차전지는 2차 전지와는 달리 비충전 방식의 전지다. 휴대폰·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같이 충전 가능한 2차전지와 달리 1차 전지는 충전이 되지 않지만 방전율이 연간 1% 수준이라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고 배터리 용량 또한 5배 이상 크다. 일례로 스마트 그리드 장비에 들어가는 배터리 수명만 15~20년 정도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리튬 1차전지는 극한 환경에서 사용해야 하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 시추장비용 고온 전지나 군사용 장비에도 필수적으로 쓰인다.
비츠로셀이 최근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각종 웨어러블·IOT(사물인터넷) 기기에 들어가는 코인 및 필름형태의 소형 리튬 1차전지 시장이다. 이미 2년여 전부터 관련 제품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초박형 코인·필름타입 전지를 개발해왔다. 장 대표는 “웨어러블 제품 시장에서도 한번 쓰고 버리는 배터리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2~3년 안에 사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1차전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올해 매출 목표는 1000억 이상에 영업이익 역시 40% 이상 늘리는 것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이탈리아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등 4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 비중은 매출의 7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츠로셀은 지난해 10월 인도 국방부로부터 80억원 규모 군용 앰플전지를 수주하며 인도시장을 열었고 지난 11월에는 러시아 이오와 118억6130만원 규모의 리튬 1차전지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리튬 1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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