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백화점 협력업체 직원 A씨는 최근 새벽 3시에 퇴근해 다시 오전 9시까지 출근 도장을 찍었다. 정해진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다. 하지만 본점 면세점 공사로 매장 위치를 변경해야해 정상 근무시간 이후 야간작업을 해야했다.
일손이 부족해 다음날 쉬기는 커녕 평소처럼 출근해 손님맞이에 나선 A씨는 “일을 마치고 집에 가니 새벽 4시가 다 됐다”며 “하지만 밤샘 근무에 수당조차 받지 못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면세점 관련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야간 근로수당을 챙겨받지 못한 협력업체 직원들 사이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야간 근로수당을 받는 것이 정당한 권리임에도 회사 눈치 보기 바쁜 직원들은 수당 없는 밤샘 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5월 면세점의 성공적인 오픈을 위해 본점 영업면적의 4분의 1가량(4200여평)을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면세점이 들어서는 8층부터 12층까지는 아예 출입이 통제 될 예정이어서 이 공간에 있던 매장들은 다른 층으로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상품을 비롯한 매장 집기류의 이동작업은 백화점 영업 종료 시간인 저녁 8시 이후부터 이뤄진다. 옮겨야 할 상품들은 이튿날 그대로 손님들에게 팔 물건이기 때문에 함부로 작업을 할 수 없다. 다른 매장과의 더부살이로 영업 면적이 줄어든 탓에 상품 진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때문에 새벽 3~4시가 다 돼서야 이동 및 정리 작업이 끝나는 게 다반사다.
협력업체 직원 B씨는 “그릇 종류의 경우 깨질 염려가 있고 또 워낙 고가의 제품이어서 이동작업이 쉽지 않다”며 “다음날 영업에도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신경 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직원 C씨는 “에어컨, 냉장고, TV, 컴퓨터 등 가전제품은 접촉이나 충격에 굉장이 민감해 옮기는 데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며 “일단 무게가 많이 나가 힘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밤새 백화점 협력업체 직원들이 하는 일의 업무 강도가 결코 낮지 않지만 이들은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면세점 오픈일까지 순차적으로 매장별 공사를 할 예정이어서 이같은 이동 작업은 앞으로 몇 차례 더 발생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은 법적으로 야간 근로수당의 경우 협력업체에서 해당 브랜드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이어서 관여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어디까지나 이는 협력업체에서 해당 직원들과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매장 이전에 관한 내용은 이미 올초 입점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포함된 내용이므로 협력업체나 해당 직원들이 모르는 일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영업면적 축소로 매출 손실이 우려되는 협력업체에서 야간 근로수당에 대해 모른 척하는 사이, 신세계백화점 역시 선을 그어
A씨는 “사실 야간 근로수당을 받지 못한 것이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며 “매장 이전 뿐 아니라 할인 행사 한번씩 열때마다 야간 근무를 하지만 수당을 일일이 챙겨받을 수 없어 자포자기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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