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의 사정으로 배출되는 정자수는 수천만마리에서 약 1~2억마리다. 이들중 극히 일부만 여성의 난관에 도달하고 그중 억세게 운좋은 정자 하나만이 난자와 만날 수있다.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이뤄지면 수정란은 3~4일 후 자궁 속으로 보내지고 수정 후 5~7일째 자궁내막에 자리잡게 된다. 착상, 즉 임신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면 1년이내 70~80%, 2년이내 80~90%가 임신에 성공한다. 그러나 부부 10쌍중 1~2쌍이 난임(불임)으로 고통받고 있다. 난임환자는 고등교육, 직장인 여성증가, 결혼연령 및 이혼증가, 피임법의 발달, 핵가족화로 계속 늘고 있다. 현재 난임부부는 지난해말 현재 약 21만명으로 추산된다. 난임은 저출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는 내년부터 난임시술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난임휴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난임치료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동안 차병원그룹과 제일병원이 국내 난임치료 시장을 주도해왔다. 이런 구도에서 차병원그룹이 올해초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를 개원하면서 양측간 경쟁은 더욱 가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역 난임센터와 제일병원은 자동차로 10분거리여서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인환자 유치를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제일병원에서 외국인 난임부부가 가장 많이 찾던 강인수·궁민경 교수가 차병원으로 옮겨가면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는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2, 3층 총 5000㎡(약 1540평)에 동양 최대 규모로 진료실 8실, 수술실 3실, 무균실 2실, 초음파실 4실, 난임관련 교육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원장은 30년동안 난임치료에 매진해온 윤태기 강남차병원장이 겸직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서울역 난임센터의 장점은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국제공항철도로 1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위치이다. KTX와 지하철 1·4호선, 경의중앙선이 합쳐진 서울역에서는 도보 5분거리여서 전국 어디서나 접근이 용이하다. 윤태기 원장은 “지리적 문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했던 난임부부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찾아줄 계획”이라며 “늦게 임신하려면 34세 전후에는 난자를 얼려 보관해야 출산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일병원은 서울역 차병원의 개원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는 분위기는 아니다. 제일병원의 환자만족도와 충성도가 높아 오히려 차병원의 난임센터는 생존경쟁 대상보다 상생(相生)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차병원과 제일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성향이 다소 다르다”며 “인근에 난임센터가 하나 더 생긴다고 환자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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