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삼성 기어VR |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내 투자전문회사인 삼성벤처투자는 지난 5일 VR 영상 재생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미국 벤처기업인 WEVR에 2500만 달러(약 300억원)를 투자했다. 이번 삼성의 투자에는 VR기기를 생산하는 대만의 HTC와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창업자였던 스캇 맥닐리 등이 함께 했다.
WEVR은 ‘트랜스포트’라는 이름의 VR 플랫폼을 개발해 서비스하는 회사다. 우리가 PC나 모바일에서 유튜브에 접속해 원하는 동영상을 찾는 것처럼, WEVR이 개발한 트랜스포트는 VR 영상을 위한 유튜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롤러코스터 체험이나 뮤직비디오, 수중이나 우주와 같은 자연을 다룬 VR 콘텐츠는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을 검색한 뒤 서비스를 제공하는 VR 플랫폼은 사실 전무한 실정이다. WEVR은 최근 트랜스포트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VR 계의 유튜브가 되겠다는 각오다.
VR 업계에 대한 삼성의 투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말에는 VR 컨텐츠 제작으로 유명한 바오밥스튜디오에 600만 달러(약 72억원)의 투자금액을 집행하기도 했다. 바오밥스튜디오는 VR 기기를 이용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곳이다. 업계에서는 애니메이션 계에서 3D의 시대를 연 픽사처럼 바오밥스튜디오가 VR 계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곳으로 평가한다. 바오밥에 대한 삼성의 투자에는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과 소셜게임 회사 징가의 창업자 마크 핀커스 등이 운영하는 투자회사가 함께 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에는 사람이 VR 속에 직접 들어가 행동하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콘텐츠 제작기업인 뉴질랜드의 8i에 투자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6월에는 가상세계에서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해 현실화시키는 소프트웨어를 개발중인 FOVE에 대한 투자도 집행했다.
VR 관련 기업에 대한 삼성의 연쇄적인 투자의 이면에는 한계에 달한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톱 20 국가들 가운데 9개 국가의 보급률이 50%를 넘어섰다. 톱 2에 해당하는 중국과 미국은 이미 60%를 넘어선 상황이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의 성숙기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이 보급률 50% 이상이라고 한다면 스마트폰 시장은 빠르게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는 단계”라며 “지난해 13% 성장한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7% 성장에 그치며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장 정체는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었다는 얘기다. 소비자 상당수는 현재의 기능에 만족해하면서 배터리 성능 정도만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정도다. 삼성전자가 VR에 집중하는 것은 스마트폰 플러스 알파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결제시스템인 삼성페이와 프리미엄 신제품에 탑재되는 VR 기능은 삼성 스마트폰의 구매를 높이고 장기간 충성할 수 있는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출시된 삼성 기어VR의 경우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 S6 엣지+, 갤럭시 S6, 갤럭시 S6 엣지 등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자만 이용할 수 있다. 불과 1년 전에 출시된 갤럭시 스마트폰도 지원 대상 모델에서 제외됐다. 애플이 이달 초 출시한 VR헤드셋인 ‘뷰마스터(Viewmaster)’도 출시된 지 오래되지 않은 아이폰5 이후 모델만 적용된다.
또 삼성전자는 3월말까지 갤럭시 S6 엣지와 S6+ 스마트폰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삼성페이에 가입하면 12만9800원 짜리 기어 VR 기기를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펼치고 있다. ‘다른 회사 스마트폰에는 없는 기능’을 강조하면서 시장 확대를 노리기 위한 전략이다.
[이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