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지났지만 소화가 잘 안되어 속이 더부룩하고 변비, 설사 등을 반복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평소보다 과식을 했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고난 뒤 나타나는 설 명절증후군 환자들이다. 실제로 ‘속 쓰림 및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매달 평균 약 8만명이지만 설과 추석 연휴에는 과음·과식으로 진료인원이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소화불량과 속쓰림으로 한해 79만명(2013년 기준)이 진료를 받았으며, 환자 10명중 6명은 여성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70대 17%, 50대 16.4%, 40대 13.6% 순으로 소화불량 환자가 많았다. 진료범위를 위염, 역류성식도염, 위궤양 등을 포함한‘식도, 위 및 십이지장 질환’으로 넓히면 한해 1000만명(2015년은 1036만명)이상이 병원을 찾는다. 소화기 계통의 질환은 보통 불규칙한 식습관, 자극적인 음식,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질병에 따라 가슴쓰림, 산 역류증상, 복부팽만감이 나타난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은 “설 연휴 일시적인 과식, 과음이 위염 및 역류성 식도염으로 곧바로 이어지기 힘들지만, 위궤양과 같이 기존 소화계통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소화불량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민영일 원장은 이어 “음식물은 위의 수축작용에 의해 잘게 분쇄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자신도 모르게 과식을 하게 되면 위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해 제대로 음식을 분쇄할 수 없게 돼 소화장애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의 소화능력을 떨어뜨려 소화불량을 야기하기 쉽다. 또한 동물성 지방이 가득한 고지방식은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위산분비를 촉진하고,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역류기회를 제공한다. 위 속에 있어야 할 위산 또는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식도 곳곳이 헐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기 쉽다.
소화불량은 가장 흔한 소화기질환중 하나로 위장속에 뭔가 꽉 차있는 것처럼 더부룩하고 갑갑한 느낌이 든다. 소화불량은 특정 질환의 징후로 발생하는 ‘기질적 소화불량’과 소화불량을 일으킬 만한 질환이 없지만 소화가 안되는‘기능성 소화불량’으로 크게 나뉜다. 기질적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은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대장암을 비롯해 간염, 간암, 췌장염, 당낭염, 당뇨병, 갑상선질환 등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위장장애)은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이상에서 발병한다. 건강검진에서 특정 기저질환이 없었지만 소화가 잘 안되면 기능성 소화불량일 가능성이 높다.
기능성 소화불량의 대표적인 증상은 식사 후 2시간이 지나도 음식물이 위장에 남아 있는 것 같은 식후 포만감, 밥을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 더는 식사를 할 수 없는 조기 포만감, 속 쓰림 등이다. 스트레스, 불안이나 긴장이 되면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위의 운동을 방해해 소화불량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기남 이대목동병원 위·대장센터 교수는 “내시경, 초음파, 생화학적 검사를 통해 위암, 위염, 십이지장 궤양 등의 기질적인 원인이 발견되지 않고 3개월 이상 위장장애 증상이 지속되면 기능성 위장장애로 진단한다”며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심리적, 정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즐겁지 않은 식사는 위 배출기능을 떨어뜨린다. 바쁜 일과 때문에 급하게 밥을 먹고 곧바로 업무에 돌입하는 직장인들은 위의 이완기능을 약하게 만들어 트림, 복부팽만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위무력증과 위하수증을 유발시킨다. 위 무력증은 말 그대로 위의 기능이 무력해진 상태를 말하며, 거의 대부분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속이 더부룩하여 트림을 많이 하게 된다. 위에서 소화효소 분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태이므로 음식물이 위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위가 밑으로 쳐지는 위하수증까지 이르게 된다. 김영지 부민병원 소화기내과과장은 “위무력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대다수가 위하수증을 동반하게 된다”며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 환자는 평소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안정을 취하도록 노력하며 적당한 수면과 휴식을 통해 심신의 피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소화불량을 예방하려면 식사와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첫째, 하루 세번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식사량은 과식을 피하고 적당량을 먹어야 하며 가급적 간식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늦은 밤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면 생리적인 위 배출기능의 저하로 소화불량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식후 과격한 운동도 위 배출 기능을 떨어뜨리며 위식도 역류에 의한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박형석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소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식사 뒤 20~30분 쉬고 난 뒤 산책 등의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며“특히 저녁식사 뒤에는 활동량이 더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평소 소화불량증을 자주 겪는 사람은 식후 가벼운 활동을 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둘째, 고지방음식을 비롯해 맵고 짠 자극성이 심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음식이나 탄산음료는 위에 자극을 주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삼가는 것이 좋다. 밀가루 음식이나 특정한 음식을 섭취할 때마다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그러한 음식을 피해야 한다. 식이섬유도 위 내용물의 배출을 느리게 하므로 소화력이 많이 떨어지는 환자들은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셋째,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위장관에 분포하는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각종 소화불량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차가운 공기에 배(복부)가 장시간 노출되면 열을 빼앗겨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소화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홍성수 비에비스 나무병원장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위나 대장같은 장기 운동을 조절하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은 온도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며 “겨울에 유독 소화불량 증세가 잦은 사람이라면 추위와 급격한 온도차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되면 치료는 증상에 맞춘 대증요법을 사용한다. 통증, 속쓰림, 신물 등 위산이 많이 분비되어 발생하는 소화성궤양과 관련된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환자는 위산분비를 억제하거나 위산을 중화하는 궤양치료제를 우선 투여해 치료한다. 식후 불쾌감, 식후에 곧바로 배가 가득찬 느낌이 드는 조기포만감, 가스가 많고 복부가 팽창하는 등 식사 후에 주로 발생하는 소화기능 저하에 관련된 증상이 주로 나타나면 위장관 운동기능 개선제를 투여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일부에서는 헬리코박터균의 위장관감염에 대한 치료를 통해 소화불량 증상을 개선시킨 경우도 있다. 이선영 건국대병원 소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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