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주변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119에 신고해 가능한 한 빨리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사진 제공=고려대 구로병원] |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기간 동안 의외로 응급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설 연휴기간 문을 연 의료기관이 적고, 고향방문으로 평소와 생활환경이 달라진 상태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훨씬 더 당황스럽다. 명절기간에는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에서 ‘명절병원’으로 검색하면 연휴기간 문을 연 병의원 및 약국을 조회할 수 있어 별도로 홈페이지 주소를 외울 필요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응급환자는 2012년 9만9000명, 2014년 12만 6000명, 지난해 13만 6000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설연휴 하루 평균 응급의료센터 이용환자는 2만 7000명에 달한다.
응급환자는 설연휴 전날 저녁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설 다음날 오전에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으며, 평상시와 비교하면 평일의 2.9배, 주말의 1.7배까지 늘었다. 그 이유는 병의원급 진료기관이 문을 닫고, 연휴기간 피로도가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은 감기, 장염, 폐렴, 염좌, 복통, 발열, 두드러기 순이다. 감기는 평상시의 3.9배, 장염은 2.5배, 발열은 2.8배, 두드러기는 2.4배 증가했다. 설 명절 교통사고는 1.4배, 미끄러짐은 1.7배, 화상은 3배까지 증가하므로 안전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설연휴 교통사고는 하루 평균 764건(평상시 530건), 화상 292건(평상시 96건), 미끄러짐 975건(평상시 586건)이나 됐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명절 연휴기간에는 차례상 준비, 장시간 운전, 환경변화 등으로 체력이 떨어져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며 “폐렴의 경우 평소보다 3.2배까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선우성 교수는 이어 “갑작스런 응급상황 발생을 대비해 간단한 소화제나 두통약, 해열제 등을 미리 챙겨서 고향길에 가져가고 고혈압이나 당뇨환자와 같이 평소 꾸준히 먹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약을 챙겨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 설연휴는 어느 해보다 감염병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남미에서 확산되는 지카바이러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을 가장 많이 가는 동남아에서도 감염환자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독감(인플루엔자)도 의심환자가 1000명당 20.7명(1월17∼23일 기준)으로 유행중이고, 2월 정점을 찍은 뒤 4월까지 유행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와있다.
질병관리본부는“연휴기간 해외여행시, 인플루엔자, 세균성이질 등 수인성 감염병,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뎅기열, 황열 등 모기매개 감염병, 동물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AI),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해외유입 감염병 사례는 2010년 이후 매년 약 400건에 달한다. 지난해 뎅기열, 말라리아, 세균성이질, A형간염, 장티푸스 등 모기매개 감염병 및 수인성 감염병은 거의 대부분 아시아(83%)과 아프리카(12%)에서 유입됐다.
감염병 예방의 기본은 자주 손을 깨끗히 씻고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는 손수건이나 휴지, 옷깃으로 가리고 하는 것이다. 또한 추위예방을 위해 충분히 옷을 준비하고 방을 너무 건조하게 하지 않는 게 좋다. 야외활동 후, 가축을 만진 후, 흙장난을 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히 씻어야 한다.
설 연휴동안 가장 위험한 상황은 갑자기 의식을 잃은 환자가 발생했을 때다. 이럴 경우 즉시 주위에 도움을 청해 119에 신고한 뒤, 맥박이 없으면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 심폐소생술 과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인공호흡을 시도하지 말고 가슴압박만 ‘강하고’,‘빠르게’ 119가 올 때까지 실시한다. 대한심폐소생협회(이사장 김성순)는 가슴압박 깊이를 영아 4cm, 소아 4~5cm, 성인 약 5cm(최대 6 cm 넘지말 것)로 하고, 성인과 소아에서 분당 100~120회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떡 등의 음식물을 먹다가 기도가 막히는 경우에는 환자가 만약 기침을 할 수 있으면 기침을 하게 하고, 할 수 없으면 기도폐쇄에 대한 응급처치법(하임리히법)을 실시한다. 하임리히법은 환자의 뒤에서 양팔로 감싸듯 안고, 한손은 주먹을 쥐고 한손은 주먹쥔 손을 감싼 뒤, 환자 명치와 배꼽 중간지점에 대고 위로 밀쳐 올린다. 단 1세 미만의 영아에 대해서는 45도 각도로 하임리히를 시행하도록 한다.
화상을 입었을 때는 통증이 감소할 때까지 찬물을 화상 부위에 흘려주고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가능한 응급처치 후 병원치료를 받도록 한다. 얼음찜질은 하지 않으며 소주, 된장, 연고 등을 바르지 않도록 한다. 장여구 인제대 서울백병원 외과 교수는“화상을 입었을 경우 흐르는 찬물을 사용해 화상부위를 식힌 후, 젖은 거즈로 화상 부위를 덮어주고 붕대를 느슨하게 감은 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화상부위의 옷이나 양말은 함부로 벗기게 되면 피부의 일부가 옷과 함께 벗겨져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므로, 흐르는 찬물로 15~30분 충분히 냉각시킨 후에 벗긴다. 만약 벗기기가 어려운 경우 옷이나 양말을 가위나 칼로 잘라 벗긴다. 달라붙은 경우에는 무리하게 벗기지 말고 그 부분을 남기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눈물이 나오게 하서 이물질이 빠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눈에 상처를 주기가 쉬우므로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면 눈을 뜬 채로 미지근한 물이나 식염수를 약간 부어 이물질이 씻겨 내려가게 한다. 이물질이 눈에 깊이 박혀있고 이물질을 빼낸 후에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뜨거운 기름이 눈에 튀었을 경우에도 바로 흐르는 물로 씻어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툰 칼질로 음식을 준비하다 손가락을 베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 일부가 절단될 수 있어 각별히 주의가 요구된다. 성원영 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출혈이 심하지 않은 상처는 거즈나 깨끗한 수건, 헝겊을 상처 위에 대고 직접 눌러 지혈한다. 상처가 심해 출혈이 멈추지 않을 경우에는 상처부위를 압박하면서 손상부위를 심장보다 더 높이 들어 올려주면 지혈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설 연휴에는 교통사고도 많아진다. 성급한 성질의 소유자나 기존에 교통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으면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꼭 자가 운전을 해야할 때는 시간에 쫓기는 운전을 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의 여유를 두는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