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 사업들이 연이은 적자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던 SK그룹이 화학분야에서 다시한번 야심차게 만리장성 공략에 나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 화학시장인 중국에서 ‘한중 합작’을 확대하고, 알짜회사 인수합병(M&A)에 나서 자동차 내장재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키운다는 포석이다.
4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화학 자회사인 SK종합화학 상하이 사무소에서 전격적으로 전략회의를 열었다.
상하이 사무소는 SK 중국 진출 최전방이다. 중국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올초 취임한 김형건 사장과 본사 전략기획 부서 임직원들을 대거 상하이로 전진 배치하며 SK종합화학 실질적인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SK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중한석화’와 같은 성공 모델을 계속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이 꼽은 중한석화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자”며 제안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 최대 결과물이다.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국영석유기업 시노펙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석유화학 합작 사업 가운데 최대인 3조3000억원을 투자해 합작 법인을 세웠다. 최 회장이 직접 나서 7년간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한 끝에 2013년 중한석화 합작을 성사시켰다.
2014년 상업 가동에 들어가 연간 250만t 규모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 중인데, 생산 첫해 부터 1476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배가 넘는 465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통상 석유화학 공장이 상업 생산 3~4년차 부터 수익을 내는데 비춰보면 이례적인 성과다.
정 부회장은 “중국 경기불황과 성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은 혼돈의 시기지만 세계 최대 석유화학 시장인 중국에서는 아직도 기회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과 중한석화와 같은 제2, 제3의 파트너링을 성사시켜 중국 중심 글로벌 성장 전략을 가속화하자”고 경영진에 주문했다.
SK그룹은 적자 누적 등으로 현지 사업에서 고배를 마시는 등 중국과 ‘악연’이 있다. SK텔레콤은 2010년 중국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서 철수했고 SK네트웍스는 2014년 현지 동제련 업체 지분을 매각하며 중국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끈질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SK종합화학은 중한석화 이외에 시노펙과 합작한 상하이 용제회사, 닝보 화공과 만든 닝보 EPDM 합성고무 회사 등 중국 중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삼각 편대’를 구축한 상태다.
현지 합작과 M&A로 화학 이같은 외연을 확대한다는게 SK 구상이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대상을 공개할 만큼 진행 중인 M&A 물건은 없지만 “북미 석유개발사업과 중국 석유화학 합작회사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방향성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항수 SK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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