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응암동에서 49㎡짜리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정민기 씨(45)는 설 연휴를 앞두고 최근 가게를 내놨다. 지난 1년 내내 가게 운영비를 건지기는 커녕 손해만 봤다. 함께 일하던 직원은 6개월 전에 이미 정리했다. 정 씨는 “대목인 연말 연초에 사정이 나아질까 싶어 버텼는데 헛된 기대였다”며 “빚만 더 늘고 가게를 털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시장을 떠받치던 휴대폰 판매점이 몰락하고 있다. 매출 하락으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4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이통 3사 직영 대리점 등을 제외하고 전국 휴대폰 판매점은 2014년 2만여개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1만8000개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1개 매장이 통상적으로 사장 1인 외에 직원 2인 등 3인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최소 6000개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사라진 일자리는 주로 20~30대 젊은 층 일자리다. 휴대폰 판매점은 동네 빵집이나 치킨점과 더불어 영세 자영업자가 많고, 타업종에 비해 청년층 고용율이 높은 업종이다. 일자리 감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에는 2000여개가 더 줄어 1만 6000개 정도가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정타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었다.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면서 규모와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다. 게다가 편의점, 오픈마켓 판매 활성화와 자판기 판매 등 새로운 판로가 확대되면서 재래식 판매점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단통법은 휴대폰 보조금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휴대폰 신규 가입시 지원금 상한액을 33만원으로 묶어놓았다. 그동안 판매점은 지원금과 사은품 제공으로 가입자를 유치해왔는데 마케팅 수단을 법으로 규제하면서 판매점간 차별점이 사라졌다. 이종천 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어느 판매점이든 지원금이 똑같은데 매장에서 고객을 더 유치할 방법이 없다”며 “결국 도심에 큰 매장을 갖추고 홍보비를 많이 쓰는 대기업 판매점들만 유리한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편의점이나 오픈마켓과 같은 유통매장은 단통법 규제 사각지대가 되면서 새로운 휴대폰 판매처로 떠오르고 있다. 단통법은 통신사와 휴대폰 판매점 지원금을 규제한다. 편의점이나 일반 유통매장이 단말기를 할인하거나 사은품을 지급하는 것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G마켓과 같은 오픈마켓도 휴대폰 구매시 모바일 쿠폰이나 포인트를 사은품으로 지급하지
휴대폰 판매점주 이완복씨는 “휴대폰 판매점은 장사 못하게 두 손을 꽁꽁 묶어놓고, 편의점이나 일반 유통점은 같은 휴대폰을 팔면서 다양한 사은품을 지급하도록 허용되고 있다”며 “유통질서를 바로잡는 것도 좋지만 공정한 규제가 장사의 기본 아니냐”고 말했다.
[서찬동 기자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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