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주축인 수출이 하염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쇼크’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그나마 선방해왔던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마저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 이어 선박, 자동차, 가전 등 지난해 위축됐던 품목들은 낙폭을 더 확대하는 모양새다.
수출물량 감소 또한 좋지 않은 조짐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12월 수출물량은 0.9% 증가했지만, 올 1월 다시 5.3%가 줄어들었다. 그동안의 수출감소가 저유가와 공급과잉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의 영향이 컸다면, 앞으로는 수출물량 감소에 의한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수출은 18.5%, 수입은 20.1% 각각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 -20.9% 이후 6년 5개월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유가 하락효과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대비 7.3%가 감소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예측은 크게 엇나가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예상을 밑돌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작년 10월 3.6%로 내다봤지만, 올 1월 전망에서는 불과 3개월만에 0.2%포인트 축소한 3.4%로 내려잡았다. 중국의 경제둔화가 확대됐고, 저유가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약세가 지속된 것이 성장률 하향조정의 주요 요인이다.
이는 한국의 수출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 경제가 흔들린 것이 직격탄이다. 올 1월 대중국 수출은 21.5%가 줄었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악화되고,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한국 수출의 주력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기계류, 평판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의 수출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저유가 지속, 미국 금리인상으로 경기불안 우려가 큰 산유국, 신흥국에 대한 수출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ASEAN) 국가의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철강, 석유제품,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요가 줄었다. 중동지역은 지역정세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라 올 1월 아세안과 중동 수출 증가율은 각각 -19.7%, -31.1%를 기록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던 미국시장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 올 1월 대미 수출은 9.2%가 축소됐다. 소비심리가 둔화,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제조업 경기 위축 등으로 성장세 약화가 우려된다. 공급과잉 상태로 분류되는 철강, 섬유 등의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내수경기 회복에 힘입어 전년대비 7.3% 증가했다.
수출품목별로 들여다보면 수치는 더 참담하다. 지난해 전반적인 수출부진 속에서도 그나마 증가세를 유지하던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무선통신기기는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수출 증가세를 유지해왔지만, 올 1월 -7.3%로 감소했다. 중국 화웨이 등 후발업체의 공세가 강화되고, 선진국들의 스마트폰 교체수요가 둔화된 데 따른 것이다. 휴대폰 부품 수출이 이같은 부진을 메워왔지만, 최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축소세로 전환됐다.
반도체 또한 전년대비 13.7%가 빠졌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완제품 제조업체들의 재고물량 부담이 늘어나면서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시스템 반도체 또한 수요처의 재고가 늘어나면서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 선박은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어든데다 중국·일본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32.3%가 줄었고,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된 평판 디스플레이는 30.8%가 감소했다.
저유가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대비 35.6%가 줄었고, 석유화학제품은 18.8%가 축소됐다. 이밖에 자동차(-21.5%), 철강(-19.9%), 섬유류(-14.7%), 일반기계(-15.2%), 가전(-29.2%), 컴퓨터(-27.6%), 자동차부품(-13.6%) 등 수출 위축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같은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수출 쇼크’를 타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범부처 민관합동 수출투자대책회의(매월), 소비재 산업 육성 종합대책 마련(3월), 한·이란 경제공동위 개최(2월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집중·비관세작업반 가동(2월 내),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가속화 등의 대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등 신흥국 경기둔화 심화, 저유가 장기화 가능성 등 수출을 둘러싼 대외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다”며 “수출회복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수입이 함께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입이 더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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