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롯데그룹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가족들 소유의 일본 롯데 지분을 ‘기타주주’라고 속이고 공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은 총수 일가 소유의 지분을 공시해야 하지만 롯데는 ‘기타주주’로 분류해 마치 제 3자의 지분인 것처럼 꾸몄다.
이번에 허위공시 혐의를 받는 회사는 사실상 지주사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리아, 롯데물산 등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이 넘는 그룹사는 총수와 일가가 소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문제는 롯데가 이른바 ‘형제의 난’ 이전만 해도 신격호 회장 일가 소유의 일본 롯데 자료를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롯데는 일본 계열사가 소유한 한국 롯데 지분을 모두 ‘기타주주’로 분리하면서 일본 계열사 이름만 기재해 보고했다. 공정거래법은 해외 계열사라고 해도 별도의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 한국 정부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일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법을 어긴 것이다. 그룹사가 지분 관련 허위 자료를 제출하면 공정위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총수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공정위는 허위공시로 신격호 회장 일가를 제외한 다른 주주가 얻는 이득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검찰 고발을 적극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호텔롯데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부분을 일본 계열사가 소유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법에 따라 설립했고 공정거래법에 따라 관리받고 있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의문은 롯데가 허위공시로 총수 일가가 이득을 보는 게 없는데도 이와 같은 정책을 고수했다는 점이다. 한국 롯데는 한국법으로 설립하고 세금도 한국 정부에 내기 때문에 롯데 전체로는 이득을 볼 게 없다. 한국 롯데의 배당이 일본 계열사로 흘러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신격호 회장 일가가 세금을 덜 내는 등 이익을 따로 얻는 것은 없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다만 일본 계열사 지분을 허위로 공시하면서 신격호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과소 평가할 단서는 된다. ‘기타 주주’로 허위 신고하면서 한국 롯데의 총수 일가 내부 지분율은 85.6%에서 62.9%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격호 회장 일가가 지배권을 행사하는 일본 롯데 계열사는 모두 37개사다. 이 가운데 광윤사, 롯데홀딩스 등 7곳은 신격호 회장 일가가 직접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30개사는 주로 롯데홀딩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롯데의 일본 계열사가 국내 11개사에 출자하는데, 사실상 이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실상 지주사인 호텔롯데는 일본 계열사가 99.3%를 소유하고 있으며 롯데물산(62.0%), 부산롯데호텔(99.9%), 롯데알미늄(57.8%) 등 주요 계열사도 지배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롯데는 롯데쇼핑, 롯데리아, 대홍기획, 롯데제과, 롯데칠성, 후지필름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67개 만들어 그룹 전체를 지배했는데, 이런 가운데 신격호 회장 일가 소유의 지분은 전체 그룹사 지분의 2.4%에 그친다. 이는 롯데를 제외한 기업집단 40개 평균 4.4%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으로 반면 계열사 출자 비중은 82.8%로 모든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롯데그룹은 허위공시 논란에 대해 “고의성이 없었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롯데와 일본롯데 사이에 제대로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그룹 측에서도 극수소만이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분구조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자료를 일부러 은폐하거나 고의로 일본 롯데 계열사들을 기타주주로 분류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롯데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노출된 그룹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앞으로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 직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발족
[손일선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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