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오너 일가·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폐쇄적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기업집단 롯데 해외계열사 소유 등 현황’ 자료에 따르면 롯데의 내부 지분율은 85.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롯데그룹의 내부 지분율은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독보적 1위’다.
10대 그룹(총수가 존재하는 대기업 집단) 가운데 롯데를 제외한 9개 그룹의 평균 내부 지분율은 53% 수준으로, 롯데(85.6%)보다 38%포인트나 낮다.
내부지분율은 전체 계열회사 자본금 가운데 동일인(오너·롯데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과 동일인 특수관계자(친족·임원·계열회사 등)의 보유 주식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내부지분율이 높으면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는 유리하지만 그만큼 기업의 지배권이 일반 주주 등에 분산되지 않고 소수에 집중된 폐쇄적 구조라는 뜻이다.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의 내부 지분율은 62.9%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롯데 해외계열사의 소유 구조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내부 지분율이 22.7%포인트나 뛰었다.
지금까지는 롯데그룹이 국내계열사에 출자한 해외계열사를 동일인(오너) 관련자가 아니라 ‘기타 주주’로 신고했기 때문에 내부 지분율이 실제보다 낮게 산정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롯데가 작년 하반기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정위가 새로 분석한 결과, 광윤사·롯데홀딩스·패밀리·L투자회사(12개) 등 일본계 15개회사와 스위스 LOVEST A.G까지 모두 16개 해외계열사가 11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스위스 LOVEST A.G.의 경우 옛 여수석유화학(현재 롯데물산㈜와 합병)과 호남에틸렌(현재 대림산업와 합병) 등의 지분을 보유·관리하기 위해 1985년 설립한 회사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지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내부자 중에서도 정작 신격호 총괄회장과 동주·동빈 두 아들 등 오너와 친족의 지분은 2.4%에 불과하다. 때문에 오너 일가는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얽히고 설킨 복잡한 계열사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다. 작년말 현재 롯데그룹은 대기업 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6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전체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94개 가운데 무려 71%가 롯데 것인 셈이다.
또 한국 롯데 그룹의 86개 계열사 가운데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8개 뿐이다. 일본 롯데 계열사의 경우 아예 상장사가 없다. 그만큼 롯데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국내 10대 그룹 중 롯데를 뺀 9개 그룹 계열사의 상장률은
공정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 미·허위제출, 롯데 소속 11개 사의 주식소유현황 허위 신고·공시 등 롯데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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