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우(24·직장인·가명)씨는 이른바 ‘화장품 유목민’이다. 자신의 피부타입과 얼굴 톤에 맞는 화장품을 찾지 못해 한 제품에 정착하지 못하고 매번 다른 제품을 구입하기를 반복한다는 의미에서다. 서씨는 “나와 비슷한 피부 타입을 지닌 블로그 글이나 뷰티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화장품을 구입한다”면서 “매번 다른 제품을 쓰며 옮겨 다니는 유목민 생활을 벗고 ‘정착템’(꾸준히 사용하는 제품)을 찾고 싶다”고 토로했다.
같은 용도라도 한 화장품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제품을 옮겨 쓰는 ‘화장품 유목민’들이 늘고 있다. 화장품 판매 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신제품이 쏟아지다 보니 어느 한 제품을 정해 사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피부 타입과 취향에 따라 그 때 그 때마다 다른 선택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160만 이상 회원을 보유한 화장품 커뮤니티 ‘파우더룸’에서는 스스로 화장품 유목민을 자처하며 화장품 추천을 바라는 문의글들이 빗발친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화장품 제조와 제조판매업체 수는 8400여개에 이른다. ‘K뷰티’ 열풍으로 화장품 업계가 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다 다른 산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너도나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때문에 각 제조·판매업체마다 쏟아지는 갖가지 정보와 제품 속에서 소비자들은 선택 장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주름·탄력·피부결 등과 피부 손상 정도를 기준으로 피부 타입을 적게는 30가지에서 많게는 90가지로 세분화하고 있다. 단순히 지성·중성·건성으로 피부 유형을 나눴던 이전과는 대조적이다.
화장품 유목민들은 비(非)전문가들이지만 전문가 못지 않게 화장품의 성분을 분석하고 자신의 피부 타입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보다 자신의 피부에 적합한 화장품으로 찾기 위해 이 화장품 저 화장품으로의 ‘갈아타기’를 멈추지 않는 것.
화장품 유목민들이 늘자 업체들도 앞다퉈 이들을 ‘정착’ 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브랜드 SK2는 지난 2014년부터 피부 트레이닝 서비스 ‘스킨PT’를 도입했다. 전문 뷰티 컨설턴트의 상담을 통해 피부타입을 정확히 진단하고 맞춤형 관리와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디올은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에게 피부톤 측정 기기를 이용해 피부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찾아주고 있다. 매장 컬러리스트와 상담을 통해 개별 피부 상태와 문제점을 파악한 후 기기를 이용해 피부톤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파운데이션은 물론 블러셔·립스틱 등 다른 색조 화장품 선택 기준도 함께 알 수 있어 소비자들은 내게 맞는 제품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디올 관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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