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술이 여성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 주고 있다. 신용카드, 현금, 각종 포인트 카드 등이 휴대폰 안으로 들어가면서 핸드백에 넣고 다녀야 할 소지품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가볍고 실용적이면서 귀여운 미니백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27일 현대백화점이 입점 잡화 브랜드 30여개를 조사한 결과 소형잡화 매출 비중은 28.3%에 달했다. 이는 3년전인 2012년의 8.1%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미니백, 클러치, 파우치를 아우르는 소형잡화의 매출 비중은 2013년 처음으로 두자릿수(10.5%)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21.3%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증가했다.
이들 소형잡화는 단순히 비중만 늘어난게 아니라 매출액에서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2013년 당시 전년대비 10.3%의 신장률을 보였던 소형잡화 매출액은 2014년 20.7%, 2015년 25.1%를 기록하며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과거에는 ‘예비용’ 가방으로만 취급받던 미니백이 이처럼 높은 인기를 끄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은 핀테크다. 스마트폰 하나로 많은 일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되자 여성들은 가방 속에 휴대폰, 작은 파우더, 립스틱만 가지고 다녀도 되게 됐다.
미니백은 디자인 면에서도 여성 소비자의 환영을 받고 있다. 패션의 포인트 요소로 사용가능할 뿐만 아니라, 큰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에 비해 어리고 발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곽상현 현대백화점 핸드백 바이어는 “과거에는 ‘세컨드백’으로 여겨졌던 소형잡화가 핀테크 발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브랜드에서도 소형잡화 비중을 5~20% 가량 늘리고 있고, 과거에 비해 소형잡화의 디자인과 소재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 브랜드는 앞다퉈 미니백 상품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한섬의 덱케는 소형잡화 비중을 지난해보다 20% 가량 확대했다. 특히 내부에 카드칸과 오픈포켓이 있어 지갑처럼 사용할 수 있는 ‘원마일백(1mile bag)’이 대표 상품이다.
코오롱의 쿠론도 소형잡화 상품 비중을 10% 확대했다. 특히 쿠론은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근거리 무선 통신(NFC)과 블루투스 기술이 적용돼 가방 속 스마트폰에 문자나 전화가 오면 가방 밖 앰블럼이 빛나는 ‘글림’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빈폴액세서리의 경우 브랜드 모델인 수지가 손수 핸드백 디자인에 참여해 만든 ‘보니백(Bonnie Bag)’을 출시했다. 출시 전부터 큰 관심과 기대를 모은 보니백은 수지가 직접 선정한 가죽 소재와 색상으로 제작됐으며 출시 넉달만에 1만개 가량 판매됐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도 미니백을 강화했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징이 박힌 미니백을 더욱 다양한 색상과 소재로 내놨다. 셀린느도 새로운 제품 트로터(Trotteur)를 내놨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브랜드의
진민옥 빈폴액세서리 과장은 “소비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실용성과 패션성을 동시에 갖춘 미니백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전자지갑, 핀테크 등 스마트폰의 진화와 함께 미니백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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