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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의 한 소매점에서 소비자들이 KT&G 담배 ‘에쎄’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T&G] |
미국과의 핵협상 타결로 지난 16일 경제제재가 해제돼 경제특수가 기대되고 있는 이란에서 KT&G는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국내 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KT&G 제품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 인지도는 삼성이나 LG의 전자제품과 맞먹을 정도다.
KT&G 담배 제품이 이란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 이유는 일단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에선 술도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도주가 인기를 끌 듯 담배 역시 타르 성분이 많은 고타르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KT&G의 에쎄는 대표적인 저타르 제품으로 이란 현지에서 새로운 담배 카테고리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에서 고타르 담배는 개비당 타르 함유량 5㎎ 이상이지만 중동에선 10㎎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란에 팔리는 에쎄 미니는 똑같은 한국 시장 내 제품인 ‘에쎄 엣지’(1㎎)보다는 높은 4㎎의 타르를 함유하고 있지만 이란 현지에선 저타르 담배로 통한다. KT&G 측은 “에쎄 미니는 저타르임에도 불구하고 이란 내 다른 담배보다 중고가 전략을 취해 고급 제품으로 인식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이란에 블고 있는 한류 바람도 한몫 했다. 이란에선 드라마 ‘주몽’과 ‘대장금’ 시청률이 무려 각각 85%와 90%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끈 바 있다. 백승규 KT&G 부장은 “한류 열풍이 강한 만큼 이란 소비자들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게다가 서방 측의 강도 높은 경제제재로 오랫동안 쌓여온 반미 감정 또한 KT&G 제품의 이란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KT&G는 2008년 이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2009년 테헤란에 공장을 설립했다. 물론 KT&G의 이란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10년간 경제 제재로 금융·산업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하고 정치적 리스크도 높아 이란 사업은 말 그대로 큰 모험이었다. 특히 2013년 고정환율이었던 이란 환율이 강도 높은 경제제재로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KT&G는 첫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KT&G는 저타르 에쎄 등 틈새시장 공략으로 현재 이란 담배 시장에서 1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담배회사인 JTI와 BAT, 임페리얼토바코 등을 바짝 추격하며 4위를 달리는 중이다.
대외환경 개선으로 이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요청까지 잇따르자 KT&G는 최근 현지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 동안 현지 생산과 국내 수출 비중이 각각 50%였지만 앞으로는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이란 담배 특수에 본격 대비할 예정이다. 방경만 KT&G 글로벌본부장은 “향후 이란 내 생산시설을 확충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실적 확대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G의 중동지역 담배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2014년 대비 8.6% 늘어난 227억개비를 기록했다. 2013년과 비교해 63.3%나 증가한 수치다.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를 기준으로 KT&G는 이라크 담배시장에서 17.9% 점유율로 임페리얼토바코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아랍에
특히 KT&G는 지난해 해외 담배 판매량 465억개비를 달성해 사상 처음으로 내수(406억개비)를 추월했다. 지역별 판매량은 중동(48.8%)이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아시아·태평양(25.4%), 중남미·유럽(14.2%), CIS·중앙아시아(11.5%) 등이 이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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