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직장인 장지훈(37)씨는 자전거 동호회 멤버 20명과 함께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를 탔다. 동호회 리더인 장씨는 후발 주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후발주자는 응답하세요.” 즉각 응답이 왔다. “지금 다리쯤 지나고 있습니다. 천천히 가주세요” 후발 팀의 무전을 받은 장씨는 속도를 늦췄다. 잠시 후 또다른 멤버는 “벤치 옆에 땅이 파진 곳이 있으니 조심하세요”라고 무전을 보냈다. 이날 회원들은 이렇게 서로 무전을 교환하며 무사히 코스를 완주했다.
이들이 사용한 ‘무전기’는 실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에 무전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무전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회사, 가정, 동호회 등 생활 속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소통할 일이 많아지면서 다자간 통화가 가능한 ‘무전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다자간 통화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일대일 대화 중심인 기존 통화로는 충족될 수 없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유형이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다자간 통신의 수요가 증가하며 무선기앱이 인기를 끌자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간 ‘무전기 앱’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20일 고음질의 무전기 애플리케이션(앱) ‘오키토키’를 출시했다. 오키토키는 기존 무전기처럼 다자간 통신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며, 채널 혼선이나 거리 제한 같은 단점을 극복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일반 무전기는 40여 채널을 갖춘데 비해 오키토키는 2500배 많은 10만개의 채널을 지원한다. 특히 지인들만 무전에 참여하는 ‘비공개 채널’을 만들 수 있어 필요할 경우 외부인의 청취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SK텔레콤에 앞서 LG유플러스와 KT는 이미 무선앱을 선보이며 이용자수를 늘려가고 있다. 가장 먼저 무전기 시장에 뛰어든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초 ‘U+ LTE무전기’를 출시해 누적 이용자 36만명을 돌파했다. 이어 KT는 지난해 11월 ‘올레 워키토키’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온 무전기는 LTE 환경을 바탕으로 기존 무전기의 기술적 제약을 뛰어넘었다. 기존 무전기는 반경 1~3km를 벗어나면 통신이 끊기고, 주파수 간섭이 많아 채널이 혼선되곤 했다. 그러나 LTE나 와이파이로 교신하는 스마트폰 무전기는 통신만 연결돼 있으면 원거리에서도 교신 가능하다. 또한 선명한 음질을 제공한다. SKT 오키토키는 디지털 기술 개발로 최대 10만개 채널까지 개설할 수 있다. 기존 아날로그 무전기에 비해 2500배 많은 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
무전기 조작도 간결하고 쉽다. 우선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고 실행하면 된다. 버튼을 한번 누를 때마다 30초에서 1분가량 음성을 전달할 수 있다. 음성 메시지는 앱이 설치된 상대방에게 즉각 전달된다. U+ LTE무전기와 SKT 오키토키는 최대 500명과 대화가 가능하다. 타자 치기가 번거롭거나, 일일이 전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무전 기능이 요긴하다. 구글 플레이에서 이들 무전기 앱 리뷰를 보면 “야유회 활동때 무전기를 사용했다”, “가족 간 대화하기 편하다”는 평가를 많이 볼 수 있다.
또 무전기가 아날로그의 감성을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실제 이용자들 반응을 보니 문자 메시지는 딱딱한데 무전기는 따듯한 감성이 있어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데이터 소모량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U+ LTE 무전기’는 4분에 1.9MB, SKT ‘오키토키’는 4분 기준 1MB가 소진된다. 실제 무전을 주고받을 때만 데이터가 차감되기 때문에 데이터 사용에 따른 비용부담이 적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무전기능의 한계는 기기 호환성이다. 현재 이통 3사의 무전기 앱은 통신사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단말기는 대부분 안드로이드 전용 폰에 적용된다. U+ LTE무전기는 안드로이드 4.0이상 스마트폰에서 사용가능하고, 올레 워키토키는 안드로이드 40여종에서 쓸 수 있다. KT는 “이번주에 안드로이드 전 기종으로 확대할 예정이고 향후 아이폰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SKT와 LG유플러스도 iOS (애플 운영체제)폰에도 적용 추진예정이다.
이통사 무전 서비스가 향후 기업 고객(B2B)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전 시스템’은 노동자간 원활한 소통이 중시되는 산업현장에서 필수적인 장비다. 현재도 소방산업이나 공사현장·물류유통 분야에서 업무에 무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통신업계 관계자는 “무전기 앱 출시후 택시·운송업계에서 문의가 많았다”면서 “무전기 자체가 다자통신 특화 서비스인만큼 단체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