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본 사람’ vs ‘안 보이게 쓴 사람’ 누구 책임일까

온라인 구매 시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상품페이지, 쉽게 봤다간 큰 코 다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품페이지 속 단 6글자를 보지 못해 20만원 상당의 캠코더를 사용하지도 반품하지도 못하는 소비자 사례가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평소 옥션을 종종 이용한다는 A씨는 서너 달 전 옥션에서 구입한 소형 캠코더가 애초 원했던 성능과 달라 판매자에 반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배송 받은 캠코더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녹화 버튼을 누른 게 화근이었다. A씨가 30분 가량 시범 촬영 후 확인한 결과 영상이 3분 단위로 잘려 10개로 저장된 탓에 반품을 요청했는데, 제품설명에 ‘3분 단위 촬영’이라는 설명이 명시돼있기 때문에 반품이 불가하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A씨는 해당 명시를 찾지 못해 다시 반품을 요청했으나 판매자는 ‘한 번 사용한 가전제품은 반품이 어렵다’고 했다.
거래를 중개한 옥션 측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보였다. A씨는 반품처리를 요구했지만 옥션은 ‘반품보류’로 처리한 채 판매자와 같은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특히 A씨에 따르면 옥션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물품거래 시스템만 제공할 뿐 거래 이행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기에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매경닷컴이 옥션 측에 사실 여부를 묻자 담당자는 “게시 글에 구매하신 분의 ID, 구매하신 상품정보, 주문정보 등이 부재하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파악하기 힘들다”면서도 “‘3분 단위 촬영’ 문구가 상품페이지에 명시돼 있을 경우 이용하기 전 성능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칙상 환불이 불가함을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인 점 그리고 제품 특성상 상태 확인을 위한 시범 사용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가전제품은 전원이 공급될 경우 제조사에서도 중고로 판별되기 때문에 재판매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소비자가 오픈마켓을 통한 온라인 구매 시 상품페이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주지하게 한다. 상품 설명 페이지 안에 A씨가 발견하지 못한 ‘3분 단위 촬영’ 여섯 글자가 존재한다면 그는 딱 한 번 시범 사용한 원치 않는 제품을 그대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 주요 정보가 보기 쉽게 명시돼 있었다면 어땠을까. A씨의 사례와 같이 제품 설명이 상품페이지에 명시돼 있긴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숨겨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에 소비자와 판매자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려한 미사여구와 획기적인 홍보 문안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판매 전략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제품 설명은 눈에 잘 들어오도록 표기하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