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매경DB>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서 나온 고백이다.
지난해 4조원 안팎의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의 ‘선장’은 결연한 의지를 내비췄다. 지난해 5월 구원투수로 투입된 정 사장은 생각보다 심각한 손실에 놀랐었다. 올해 흑자 전환을 약속한 그는 이제 현실적인 목표를 강조했다. 정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제 성장보다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회사에 큰 멍이 들게한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정 사장은 “값비싼 수업료를 치뤘는데···”고 말했다. 이어 조심스럽게 “해양플랜트에서 점차 선체가 아닌 핵심 설비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기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정 사장이 혼신을 다해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가 있다. 세계 최초로 건조 중인 얼음을 깨치고 순항할 수 있는 ‘쇄빙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다. 대우조선은 위기 속에서 전대미답의 길을 개척해 회사를 회생시킨다는 각오로 1호 선박 건조를 마무리하고 있다. 정 사장은 “야말 프로젝트는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번 쇄빙LNG선을 계기로 대우조선이 극지용 화물선 사업에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지난해 말 찾은 거제 옥포 조선소 쇄빙LNG 운반선 건조 현장. 현장 근로자들은 스스로 출근 시간까지 앞당겨 건조에 한창이었다. 쇄빙LNG선 건조를 담당하는 송하동 대우조선 부장(선박 CM1부서장)은 출근시간을 2시간 앞당겨 새벽 6시부터 근무를 시작하고 있었다.
대우조선은 2년전 세계 최초로 쇄빙LNG선 15척을 러시아 측으로부터 수주했다. 계약규모만 48억달러에 달한다.
대우조선은 쇄빙LNG선을 인도를 예정보다 앞당기기로 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약 12개월로 예정됐던 1호 쇄빙LNG선의 진수 후 인도까지 안벽작업 공기를 10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조선경기 악화로 대부분의 선박 인도, 해양구조물 인도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 시기를 단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우조선은 오는 15일 1호 쇄빙LNG 진수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쇄빙LNG선은 높이 2.1m의 얼음도 깨고 나가며 LNG를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특수선박이다. 야말 프로젝트는 푸틴 대통령이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 뛰어든 상징적인 프로젝트다. ‘푸틴의 꿈’이 한국에서 영글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시베리아 서쪽 야말로네네츠구 야말반도 내 ‘사우스 탐베이’ 가스전은 천연가스 추정 매장량이 1조 2500억 ㎥ (한국 연간 소비량의 약 60배)에
러시아는 이 천연가스를 파이프가 아닌 LNG선을 통해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우며 북극항로 개척에 나선 상태다.빙하 등을 극복할 수단이 없어 방치됐던 항로다. 그러나 국내 기술력으로 영하 52도 극한 상황에서 얼음을 깨고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을 개발했다.
[거제 = 박용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