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예측은 부분적으로 알려진 과거(partially known past)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현재(unknown present)를 통해 알 수 없는 미래(unknowable future)를 추정하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 1970년대 영국 재무장관 데니스 힐리의 이 말을 인용해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토로했다. 하지만 우리는 짙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앞날을 전망하는 일을 결코 멈출 수 없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예측은 값진 것이 된다.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올해 우리 경제의 향방에 대한 담대한 예측을 한다. 정치 이슈까지 포괄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핵심 경제 변수 여섯 가지로 범위를 압축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예’와 ‘아니오’로 명쾌하게 답하는 방식을 취해 1년 후 독자들이 엄정한 판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 3%대 성장 복귀할까 - Yes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3%대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3.1%)와 한국은행(3.2%), 한국개발연구원(3.0%)은 모두 올해 성장률이 3%를 가까스로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3.0~3.2%)과 같은 수준이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그 정도 성장이 매우 힘겨워 보인다. 민간 연구소와 외국 기관들은 대부분 올해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본다. 미국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신흥국들이 무너지면 지난해처럼 수출 부문이 성장을 갉아먹게 될 것이다. 주택시장 불안과 가계빚 폭탄, 고용 한파가 겹쳐 내수마저 위축되면 사면초가가 된다. 여기에 메르스 사태 같은 돌발 악재까지 가세하면 3% 성장 전망은 완전히 빗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기대하는 건 우리가 이러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넘을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가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살려 적극적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가계가 노후 불안을 덜고 지갑을 열도록 할 최선의 정책조합을 가져간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결국 외부 환경보다는 경제주체들의 의지가 올해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지느냐 마느냐를 판가름할 것이다.
[장경덕 논설위원]
■기준금리 2%대로 올릴까 - No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1.5%로 내린 후 6개월째 동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0.25%로 9년 반만에 올렸고 새해에도 한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다. 설혹 인상하더라도 하반기에 0.25%포인트 올리는 정도가 될 것이므로 기준금리가 연내에 2%대로 높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주저하는 이유는 세계경제 동조화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진 탓이다. 미국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됐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수출 부진, 내수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기준금리를 섣불리 인상했다가 소비를 더 위축시킬 수도 있다. 더구나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이르고 한계기업도 2000개에 달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가계·기업에 던지는 충격과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이탈이 우려되지만 우리가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이런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흥국들이 부족해진 자금을 충당하려 한다면 금리 수준과 무관하게 자금 유출은 지속될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금리 동결’이라는 태도를 지루할 정도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최경선 논설위원]
■ 집값 물가상승률 이상 오를까 -Yes
2016년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대출 규제·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한풀 꺽이겠지만 물가상승률(연 1.5%)을 상회하는 4% 안팎의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리 인상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수출,내수,고용 등 모든 측면에서 경기 침체가 한층 심화될 것이란 우려 탓이다.
대출 규제 강화는 단기 수요 감소 요인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체질을 강화하고 하방경직성을 높일 것이다. 작년 말부터 미분양이 증가하고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이 51만 가구로 적정 공급량(연 39만가구)을 크게 상회한다는 점에서 공급 과잉 우려가 팽배하다. 하지만 2007년 이후 8년 간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됐고 작년과 올해 건설업체들의 밀어내기 물량이 집중됐다는 점, 정부가 대규모 택지 공급을 중단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5.06% 올랐는데 2012년 -0.37%, 2013년 0.42%, 2014년 2.31%에 비하면 완연한 회복세지만 폭등세라고 보긴 어렵다. 지난해 6.11%에 달했던 전셋값 오름세는 재건축 이주 수요(6만1970가구), 월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채경옥 논설위원]
■ 주가 지난해보다 더 오를까 - No
올해 주식시장에는 많은 블랙스완들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보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비율로 따지면 6대 4나 7대 3으로 하락을 점칠 수 있다. 코스피는 1850에서 2150선을 오르내리겠지만 연말에는 1900에서 1950 사이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변동 폭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은 계속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 차원의 수요 위축이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부정적 요인이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의 수출 부진은 주가 약세로 이어질 것이다. 4월 총선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더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 역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중국 경제는 긍정과 부정적 요인을 동시에 제공한다. 중국 정부는 부채가 많은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경기 부양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어느 쪽이 더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도 달라진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도 연말 주식시장의 최대 변수로 부상할 것이다. 정권 교체가 일어나면 변동성은 더 커진다.
올해는 불안한 중동 정세와 테러, 유럽 각국의 분열 등 예측이 어려운 악재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 이중 하나라도 터지면 증시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 이런 시기에는 관망하거나 소나기를 피해갈 중소형 종목에 선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박원 논설위원]
■ 취업자 35만명 이상 늘어날까 - No
‘취업자 수 지난해보다 35만명 증가, 고용률(15~64세) 0.6%포인트 상승한 66.3%.’
정부의 올해 고용시장 전망은 이처럼 낙관적이다. 지난 해에는 2%대 성장에도 불구하고 취업자가 32만명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현재 기업들이 처한 사정을 보면 취업자 증가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정부 예측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성장세 둔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 위축 등은 기업 고용에 큰 악재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파를 맞고있다. 수출 부진이 계속될 경우 제조업발 인력 감축 회오리가 몰아칠 수 있다. 조선, 해운, 철강 등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이미 대기업들은 위기가 닥칠 것을 대비해 지난해말 수백명씩 인력을 감축했고,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1년새 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굴지의 기업들이 서둘러 구조조정에 나서는 마당에 일자리가 늘리 없다. 지난해말 대기업 400곳 중 ‘올해 채용을 더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3%에 그쳤다.
정부는 서비스업종에서 인력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지만 첩첩규제가 그대로여서 기대하기 힘들다. 최악의 청년실업도 올해부터 정년연장이 시행되면서 개선은 커녕 더 암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그 효과가 청년고용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심윤희 논설위원]
■ 원화값 1200원대 진입할까 - Yes
올해 달러대비 원화값은 기본적으로 약세 기조를 피하기 어려울듯 하다. 지난해말 시작된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더 공고화할 것이다. 중국의 바스켓 변화와 위안화 약세 유도 정책은 아시아 통화의 전반적 약세를 부추길수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산유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강달러를 더 촉발한다.
지난해 중반까지 원화값은 강세를 유지했다. 2012년 중반부터 3년여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지 않은 몇 안되는 통화였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약세로 돌아서 1170원대로 마무리했으니 일년새 원화가치 기준 6.6% 떨어졌다. 2012년 중반 1170원대였던 원화값은 2014년 5월 1010원까지 갔다가 회귀한 것인데 올해엔 12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까지 44개월째 이어진 사상 최장의 경상수지 흑자와 3700억달러까지 육박한 외환보유액 등 넘치는 달러가 원화값 강세를 이끌듯 하지만 함정이 더 많다. 그동안 강세에 대한 역작용에다 수입 감소로 인한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 되레 원화값 약세를 부른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불황형 흑자 때는 원화값이 약세를 보였던 전례를 데이터에서도 읽을수 있다.
[윤경호 논설위원]
■ 2015년 예측 결과는
예측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말하고 나중에 왜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한 해 전 매일경제 논설위원들의 담대한 예측 가운데 맞아떨어진 것과 빗나간 것들은 무엇인가. 빗나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남북 관계=여러 장애물 때문에 남북 정상들이 만날 가능성을 50% 이하로 본 것은 옳았다.
▲미국 금리=연준이 상반기에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고 하반기에도 인상 가능성은 70% 이하이며 올려도 한 차례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은 적중했다.
▲국제 유가=배럴 당 50달러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은 정확했다.
▲한은 금리=기준금리는 2014년 말 2%로 한 차례만 내려도 1%대에 진입하게 될 터였다. 한국 경제가 아직 디플레에션에 빠진 것은 아니라며 버티던 한은이 정부의 선제적 금리 인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1%대 금리 가능성을 낮게 본 예측은 틀렸다.
▲한국 성장=정부의 성장 목표 3.8% 달성은 매우 힘겹겠지만 주택시장과 민간소비가 살아나고 구조개혁이 이뤄지면 가능할 것이라고 한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예상치 못한 메르스 사태 충격은 추경과 금리 인하로 흡수했지만 수출부문이 성장률을 1%포인트나 갉아먹은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중국 성장=성장률 7% 성장은 간신히 지킬 것으로 보았는데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근소한 차이로 예측이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실적=스마트폰이 판가름할 것으로 보았는데 스마트폰 사업은 다소 부진했지만 반도
▲연금·노동개혁=공무원연금 개혁은 성공하겠지만 노사정 대타협은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한일 정상회담=수교 50주년이라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은 맞았다.
▲핀테크 산업=규제장벽 때문에 한국판 애플페이가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지만 진통 끝에 삼성페이를 비롯한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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