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는 장미꽃 모양 젤라또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정통 아이스크림을 프랑스풍으로 해석해 유럽에서 인기를 끈 아이스크림 브랜드 ‘아모리노’가 이 거리에 매장을 냈다. ‘파리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아이스크림’으로 소문 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현재 전 세계 12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14번째로 진출했다.
국내 매장에서 장미 모양 젤라또와 셔벗이 잘 팔린다. 특히 젤라또는 아이스크림콘 위에 장미꽃이 핀 듯한 화려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젊은 층 사이에 인기가 높다. 주문과 동시에 매장 점원이 작은 주걱(스패츌러)을 사용해 아이스크림 꽃잎을 한 잎씩 붙여가며 만들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아모리노는 조만간 마카롱과 초콜릿, 케이크 등 파리 현지 아모리노의 다양한 디저트 라인도 함께 갖출 예정이다. 아모리노는 가로수길 매장 개점에 앞서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이 주최한 ‘프렌치 고메 페스티벌’에 초청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길거리 음식도 개성으로 무장해야 뜬다. 평범한 김밥이나 떡볶이, 어묵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식재료와 이색 용기, 화려한 모양새를 갖춘 음식이 요즘 길거리를 장악해 가고 있다. ‘거리 음식은 저렴하고 단순하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고급스러운 음식을 세심한 디자인의 패키지에 담아 내놓는 이들 매장이 불황을 뛰어넘고 있다.
통오징어 한마리를 그대로 튀겨낸 길거리 음식도 눈길을 끈다. 2014년 처음 개장해 현재 전국 50여 개 점포를 두고 있는 ‘오짱’이다. 일명 ‘오징어 꽃다발’로 불리는 통오징어 튀김을 한 손에 쥘 수 있는 봉지 안에 담아 판다.
그냥 오징어 한마리 튀겨낸 수준이 아니다. 자체 개발한 국내산 15가지 곡물로 만든 믹스 파우더를 입혀 감칠맛이 일품이다. 튀김 기술도 남달라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반적인 길거리 음식 매장과 달리 롯데백화점 중동점, AK플라자 평택점 등 주요 백화점에 많은 매장을 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 잠실야구장 매장에도 들어서 길거리 음식다운 소비자층 겨냥에도 나서고 있다.
요즘 길거리 음식 신규 매장은 프리미엄 식재료 사용을 늘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냠냠1968’ 매장은 떡볶이·김밥 매장이지만 재료 사용이 남다르다. 달걀의 경우 ‘포프리 달걀’이란 걸 쓴다. 이는 유전자 조작이 일절 없는 곡물사료만 먹여키운 닭에서 나왔다. 이 달걀은 일반 달걀보다 비싸지만 순식물성 원료를 바탕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비린내가 안 나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이 매장은 레디 메이드 음식이 없고 고객 주문 시 즉각 조리하는 ‘메이드 투 오더’ 원칙을 고수한다. 커피 컵을 연상시키는 빨간 컵에 김밥이나 떡볶이를 담아주기 때문에 길거리를 걸으면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젊은 층이 많은 연희동 일대를 돌다 보면 이 빨간 컵에 김밥을 담아 먹으며 이동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태원 경리단길 등에서 유명해진 ‘스트릿 츄러스’도 츄러스 제품 매장 가운데 최근 인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다. 서울 북촌 등에도 자리 잡은 이 매장은 U자 형태로 꺾은 츄러스에 다양한 소스를 더해 젊은 층 입맛을 사로잡았다. 쇼콜라딥, 크림치즈딥 등으로 딥소스가 많다. 주력 메뉴인 ‘시나몬 츄러스’는 출시 1년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아츄’ 또한 인기 제품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관계자는 “매장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창업 비용이 적게 드는 길거리 음식 매장의 경우 최근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무장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편”이라며 “매장 크기보다는 입지 주변 소비자층에 잘 어울리는 상품을 내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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