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단위사업장인 현대차가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에 이르면서 연말 정국의 불안요인중 하나였던 제조업 노사갈등이 진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마침 현대중공업 노사도 기본급 동결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협상에 잠정합의했다.
현대차 노사는 24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대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단협에서 마라톤 협상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지난 6월2일 임단협 상견례 이후 6개월간 줄다리기를 거듭해 왔다. 이 과정에서 4일간, 총 20시간의 부분파업이 진행됐다.
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성과급 400%+격려금 400만원 지급 ▲2조 잔업 1시간을 줄이는 주간연속 2교대제(8+8) 변경 등이다.
지난해 임단협 결과와 비교해보면 올해 기존 현대차 직원이 받게될 연봉 총액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분석된다. 기본급 8만5000원 인상에 따른 임금총액 인상효과는 약 200만~300만원 사이다. 기본급에 따라 제수당이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과급 50%, 격려금 470만원 등 성과격려금이 약 600만원 줄었다. 지난해 연봉 총액에서 오히려 300만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대신 사측은 직원 1인당 현대차 주식을 20주씩 나줘 주기로 했다. 24일 현재 현대차 주가는 15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차액 300만원이 거의 메워진다. 올해 실적부진을 감안하면 박하다고 하기 어려운 협상 결과지만 실적이나 경기와 무관하게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려온 종전 임금협상에 비하면 그래도 절제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현대차 직원의 평균 급여는 2009년 7500만원에서 2010년 8000만원, 2011년 8900만원, 2012년 9400만원에 이어 지난해 9700만원까지 오르는 등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해왔다. .
근무시간은 잔업 1시간을 없애 그만큼 단축된다. 내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근무시간을 1시간 단축해 8시간(1조 근무자) + 8시간(2조 근무자) 형태로 운영, 장시간 노동과 심야 근로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지금은 2조 근무자가 9시간을 일하고 있다. 노사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방지하고 임금도 보전해 주기로 합의했다.
잠정합의로 파국은 면했지만 모든 문제가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가 내년으로 미뤄진 것은 사측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쟁점인 통상임금 확대 문제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주요 쟁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김에 따라 반쪽 합의에 그쳤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사측은 ‘10+10(59세, 60세 각각 전년 임금 대비 10% 감소)’ 임금피크제를 주장했으나 노조 반대에 가로막혔다. 내년에 도입을 논의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으나 노조가 얼마나 열의를 갖고 임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추가 정년연장 등 반대급부를 제시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양상이 펼쳐지면서 임금피크제가 ‘영구미제’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유보되면서 현대차의 신규고용 확대 방침에 차질이 생길수도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채용규모를 올해보다 2500명 가량 늘릴 계획인데 이중 1000명의 채용 재원을 임금피크제를 통해 확보할 방침이었다. 생산직 임금피크제가 무산되면서 재원마련 방안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이 됐다. 현대차는 비노조원인 과장급 이상 사무직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우선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4만8000명에 달하는 생산직 노조를 빼고서는 ‘절름발이’ 임금피크제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직군간 불형평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이번 합의과정에서 현대차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작지 않은 소득이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박유기 위원장 취임이후 노사경색을 걱정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내년으로 임단협이 미뤄질 경우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았고 노조 집행부가 이에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에 총력을 경주해야 하는 사측도 노조 못지않게 부담이 컸다.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본격화되면 출시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EQ900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후속 제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이 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서 만들어낸 차선 정도로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
[노원명 기자 / 전범주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