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최종 라운드였던 웨일스랠리가 지난달 15일 영국에서 막을 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해 연속으로 WRC에 참여한 현대차는 종합점수에서 포드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중에는 현대차와 포드 외에 폭스바겐과 시트로엥이 참여했는데 현대차 순위는 지난해보다 한단계 뛰어오른 것이다.
대회종료 다음날, 이 대회에 출전한 현대차 i20 조수석에 타고 일부 코스를 달리는 체험 기회를 가졌다. 드라이버는 지난해 독일랠리에서 우승한 티에리 누빌. 이 방면에선 로큰롤스타만큼이나 유명한 인물이라고 한다.
탑승을 위한 사전절차가 거창했다. 방염 재질의 유니폼과 마스크, 헬멧을 착용한뒤 마지막으로 목 보호대를 두르고 조수석에 앉았다. 양 어깨위로 내려오는 안전벨트가 조일 듯이 몸을 결박했고 목보호대는 좌석 등받이에 고정됐다. ‘좀 요란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 실내를 둘러봤더니 여느 차와는 확연히 다르다. 내부 곳곳을 철제 프레임이 지지하고 있고 기어봉과 주차브레이크가 드라이버의 어깨 높이까지 돌출해 있다. 수시 작동에 최적화된 기기배열로 보인다.
“준비됐느냐”는 운전자의 한마디 질문과 거의 동시에 터보엔진의 굉음이 뿜어져나왔다. 차가 팽 하고 튀어나갔다. 느낌은 뭐랄까, 다소 비현실적이다. 드라이빙 보다는 좌석이 움직이는 3D 영화관에 앉은 그런 느낌이다. ‘그래 이런 거로군’ 속으로 되뇌고 있는데 누빌이 한마디 툭 던졌다. “저 앞에 스타트 라인 보이죠?” 아뿔싸. 차는 아직 코스에 진입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스타트라인부터 길이 달라졌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은 자갈길인지, 진흙길인지 분간도 가지 않는다. 레이서의 질주본능은 이런 험로라야만 비로소 자극을 받는 모양이다. 누빌이 엑셀레이터를 눌러 밟기 시작했다. 차는 길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붕붕 날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속도방지턱이 5~10m 간격으로 연속된 도로를 시속 150km로 질주하는 그런 느낌이다. 착지의 충격이 느껴지기도 전에 차는 또 날고 있다. 청룡열차를 타고 하강 코스를 지날때처럼 뱃속 한켠에서 바람이 인다.
전방에 급커브 구간이 나타났다. 차는 길을 이탈해 숲속에 처박힐듯이 극단적인 코너링을 한다. 차체의 3분의1 쯤은 도로 가장자리 밖으로 나가서 도는 그런 느낌이다. 처음엔 ‘이 친구가 날 겁주려고 이러나’ 했다. 그 속도로 달리는 차가 감속없이 코너를 돌기 위한 고난도 기술이란 사실을 나중에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다.
3.6km 남짓한 체험 코스를 도는 데는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짧지가 않다. 자동차 랠리가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걸 깨닫기에 차고 넘치는 시간이다. 골퍼라면 누구나 마스터스나 브리티시 오픈 중계를 보면서 ‘나도 한번쯤 저 코스에서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주말 골퍼가 프로 대회에 맞춰진 코스에서 정규 룰대로 라운딩을 하면 많게는 수십타 더 칠 각오를 해야겠지만 어쨌든 18홀을 다 돌기는 할 것이다. 랠리코스를 10분 동승한후 떠오른 단어가 있다. 시쳇말 ‘넘사벽’이다. 운전깨나 한다는 동네 드라이버들이 덤벼서 완주할 수 있는 그런 코스가 아니다. WRC를 자동차계의 ‘철인경기’로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다.
WRC는 F1과 함께 모터스포츠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F1은 오직 스피드에 최적화된 머신들이 통제된 도로환경에서 성능을 겨루는 대회다. 반면 WRC에선 튜닝으로 성능을 극대화한 양산차가 자갈길, 흙길, 눈길 등 극한의 도로를 달린다. 보디빌딩 대회 참여자들이 인간의 근육 한계에 도전한다면 WRC 참여 차량은 차량의 성능 한계에 도전한다. 올해 대회에 출전한 i20는 외양은 일반 i20와 동일하지만 비틀림 강성이 3배, 샤시 강도는 5배 이상 높다.
현대차가 WRC 참여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고성능차량 제작기술 연
[영국 리버풀 = 노원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