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협의체가 급하게 합의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농·어업 피해 대책 방안이 부실하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국가 이익 전체를 생각하지 못하고 만든 졸속 합의란 지적이다.
1일 농·어업계에 따르면 피해 지원 금액이 높아지는 밭고정 직불금이 적용되는 밭작물 대부분이 한·중FTA 개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여·야·정 협의체는 보리, 밀, 양파, 고추 등 26개 작물에 대해 헥타르당 25만원씩 지급하는 고정 직불금을 내년부터 모든 밭작물로 확대하는 한편 금액도 4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한·중FTA 관세양허표에 포함된 농·축·수산물 가운데 13%만 개방될 예정이어서 ‘FTA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받는 농가가 대부분’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존에는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던 과수·시설채소 등 상대적으로 고소득 농가도 직불금을 받게됐다.
또 연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기로 한 농어촌상생협력·지원사업 기금을 둘러싸고 재원마련과 기금활용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기금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으로 민간기업·공기업·농협·수협 등이 자발적으로 낸 돈으로 100%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상 ‘준조세’란 재계의 볼멘소리가 계속된다. 이에 대해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절대 할당하지 않는다”며 “자발적 참여를 통해 충분히 자금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작년 법인 기부금 총액이 5조원에 육박해 상생협력기금 재원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FTA 체결에 따른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주는 보조금인 피해보전직불금을 최종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농업인 등 지원위원회’ 대표 구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1일 입수한 ‘농업인 등 지원위원회’ 명단을 보면 위원 20명 가운데 7명은 농민단체 대표로 구성됐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위원회에 참여한 농민단체 대표는 4명이었지만 최근 지속적인 압력에 따라 7명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위원회는 직불금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인 ‘수입기여도’를 결정할 때 마지막으로 이의를 제기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보조금을 지급받는 농민 스스로 보조금 규모를 결정하는 구조가 됐다. 특히 지원위원회에 참여한 농민단체 일부가 과거
[김규식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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