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핵심포인트 중 하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사장이 통합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원톱 경영자’로 나선 것이다. 기존에 대표이사를 맡던 윤주화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옮겨갔고, 이서현 사장은 겸직하던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직책을 뗐다.
미국의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서현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장으로 입사해 그룹의 패션 관련 업무를 주도했다. ‘빈폴’을 삼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워냈으며 ‘구호’와 ‘에잇세컨즈’ 등 차세대 브랜드를 잇달아 론칭하며 경영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패션브랜드 ‘노나곤’ 매장을 여는 등 다양한 실험도 하고 있다.
이서현 사장의 이날 인사를 놓고 ‘이재용=전자’ ‘이부진=호텔’ ‘이서현=패션’으로 상징되는 삼성가 3세 분할구도가 이뤄졌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향후 분사해 이서현 사장의 독립회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업과 면세점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과 달리 이서현 사장의 행보는 그동안 크지 않았다. 이번에 독자적으로 회사를 맡게 되면서 이서현 스타일의 경영방식이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 것인지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윤주화 사장의 퇴진으로 삼성전자의 시스템을 패션에 도입해 일류화를 꾀하려던 삼성의 실험은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은 이번 인사로 4개 사업부가 3명의 전문경영인과 1명의 오너사장이 지휘하는 체제로 바뀌게 됐다. 당초에는 사업부문을 일부 합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복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내부에서
이서현 사장이 제일기획에서 물러나면서 제일기획은 임대기 대표이사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 공동 경영하는 체제로 바뀌게 됐다.
[이승훈 기자 /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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