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만 잘해도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창업과 학위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국내 다른 대학에서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이다.
KAIST는 1일 ‘과학기술원 혁신비전 선포식’을 통해 미래 창업가 양성을 위한 K-스쿨을 2016년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K-스쿨은 기존의 연구중심의 석·박사 학위 제도에서 벗어나 창업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맞춤형 학위제도로 운영된다.
대전 본원에 설치되며, 학·석사 통합과정이어서 재학기간이 5년이지만 학생의 선택에 따라 다른 학부로 자유롭게 이동도 가능하다. 다른 학과, 학교에서 편입도 가능하고 반대로 나갈 수도 있다.
K-스쿨은 특정 교과목을 들어 학점을 채우면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교과석사과정으로 운영된다. 별도의 학위논문을 쓸 필요는 없다. 학생들은 기업가 정신 등 필수 교과목을 이수하고 기업 인턴십 과정을 거치면 졸업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재학중에 스스로 스타트업을 창업해 볼 수 있으며, 그 창업과정도 평가항목에 포함된다.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지도교수와 기업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학생들이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 등이 대상이다. 학위는 기술분야 학사와 창업석사가 합쳐진 ‘창의융합석사(Master of Practice)’가 수여된다.
KAIST는 기존 3~4학년 재학생 중 신청을 받아 20~30명을 선발, 내년 2학기부터 1기 K-스쿨의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2017년에는 정식으로 100명의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다.
교육은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이뤄진다. 산·학·연 경험을 고루 갖춘 전문가들이 교원으로 임용된다. 이들은 전공지식 뿐만 아니라 연관된 분야와의 융합교육, 디자인 사고, 창업교과 등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문제해결 능력 및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등 본격적인 창업실무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인턴십 프로그램도 운영되는데 기존 대학생 인턴십과 차이가 크다. 보통 인턴십 프로그램은 학기가 없는 방학을 이용해 6~8주 정도로 이뤄지지만 KAIST는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1년 동안 제공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기업과 학교를 오가며 현장 경험도 쌓고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을 학교에 돌아와 해결해볼 수도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직접 창업도 가능하다.
졸업후에도 학교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는다. KAIST의 ‘스타트업 빌리지’가 졸업생들을 기다린다. 기업가정신 교육, 연구, 기술이전 등 창업의 전 단계를 하나의 공간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K-스쿨은 미국 스탠포드대의 D-스쿨을 벤치마킹했다. D-스쿨은 창업, 기술이전 등을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필요한 인력을 공급해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K-스쿨 원장을 맡게된 이희윤 KAIST 연구부총장은 “K-스쿨은 국내에 없던 개념으로 우리나라 산업체를 이끌어나갈 인재들에게 현장감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업가정신을 갖춘 인재를 찾기 힘들다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KAIST에서 학부 4년을 졸업한 뒤 기초연구를 계속하기보단 현장에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창업이나 취직 등을 공부할 기회를 1년 더 주는 것”이라며 “현장 상황을 직접 경험한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KAIST의 핵심 가치는 ‘창의와 도전정신을 지닌 인재 육성’인데 도전을 위해선 혁신이 필요하고 혁신의 중심엔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스타트업 빌리지는 학생들이 모여 창업할 수 있는 일종의 ‘기숙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애플을 만들었듯 여러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과학기술원 혁신비전 선포식에 참여한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도 각기 지역별 특색에 맞춘 창업및 스타트업 지원 계획을 내놨다.
GIST는 ‘융합기술원’을 목표로 광주·전남지역의 산·학·연 협력의 메카로 변신을 모색한다. 에너지, 자동차, 문화기술 등 지역 핵심산업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DGIST는 이공계 교욱혁신모델, 기술출자(연구소) 기업을 목표로 제시
[이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