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이 바이오사업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 표현이다. 바이오사업은 이건희 회장이 2010년 선정한 5대 신수종사업 가운데 하나로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사업화를 진행해 온 분야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은 복제약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고한승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1963년생으로 사장단 가운데서 가장 젊다. 출범 3년 만에 첫 관절염 치료제를 한국과 유럽에 동시에 내놓은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 승진으로 삼성 관계사 중 유일하게 추진되고 있는 내년 나스닥 상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또 고 사장의 사장단 입성으로 신규사업을 일구어 낸 주역들을 승진시켜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삼성의 성과주의 인사도 재확인됐다.
고 사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유전공학 박사 출신으로 바이오벤처기업 근무 후 2000년 종합기술원에 입사해 바이오헬스Lab장 등을 역임하면서 바이오 개발을 이끌었다. 미국 바이오업체인 다이액스(Dyax)를 미국 시장에 상장시킨 경험도 갖고 있는 등 그는 그룹 내에서 최고의 바이오 전문가로 꼽힌다.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맡은 고 사장은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 삼성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신념으로 초창기 삼성의 바이오사업 전반을 기획하고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검증받았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속도를 내는 것은 이 부회장이 이를 직접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바이오 관련 사업은 이 부회장이 모두 직접 보고를 받고 있으며 직접 진두지휘하며 의사결정을 빠르게 가져갔다. 특히 한 제품이 2000억원이 넘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5개 이상 진행한 것도 이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보탬이 됐다. 최근에도 고 사장은 이 부회장과 함께 전용기편으로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오는 등 사업확대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인 삼성의 바이오 관계사 두 곳이 모두 사장급으로 승격되면서 그룹의 바이오사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생산 위탁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18만 리터 규모의 제 3공장을 8500억 규모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여름만 해도 제 3공장은 15만 리터 규모의 6000억원 규모로 건설이 예상됐지만 최종 사업 단계에서 그 규모가 더 커졌다. 이는 삼성이 다국적제약사로부터 이미 충분한 수주를 확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와 함께 삼성의 또다른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의료기기 사업도 이번에 수장이 바뀌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서 세트와 부품 등을 두루 경험한 전략통인 전동수 삼성SDS 사장이 이동한 것이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 디지털AV사업부장과 메모리사업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삼성SDS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룹에서는 전 사장이 삼성전자에서 쌓은 일류화 DNA를 삼성의 의료기기사업에도 확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의료기기는 세계적인 업체들의 기술장벽이 높아 그동안 삼성이 고전해 온
[이승훈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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